![울산 북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있는 LNG 저장 탱크. [출처=이남석 EBN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653_669930_3822.jpg)
[울산=이남석 기자] 서울역에서 KTX와 버스를 타고 3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울산 북항의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버스 창문 너머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인 거대한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탱크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압도적인 아우라를 풍긴다.
차에서 내려 근거리에서 실물을 영접하니 위압감이 실로 대단하다. 외부 높이가 54.7m에 이르고 외벽 지름만 90.6m에 달하는 어마한 크기의 탱크를 아래서 올려다보자니 고꾸라지는 고개와 함께 입 밖으로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새어 나온다.
25일 SK가스가 미디어 투어 행사를 통해 공개한 KET는 LNG와 오일(OIL)을 동시에 취급할 수 있는 울산 최초의 '복합 LNG 터미널'이다. SK가스와 한국석유공사가 함께 건설한 민관합동 에너지 저장시설로, 부지 면적만 약 30만㎡(약 9만750평)에 달한다.
차갑고 건조한 콘크리트 외벽이 보내는 시선을 뒤로한 채 건설 중인 LNG 탱크 3기 안으로 들어가자 또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탱크 내부는 밖에서 예상한 이미지와 정반대였다. 장충체육관 3배에 달하는 광활한 공간을 마주하니 장거리 이동으로 답답해진 마음이 그제서야 조금씩 트이기 시작한다.
탱크 하나에는 LNG 용량 21만5000킬로리터(㎘)를 보관할 수 있는데, 이는 울산 45만 가구에 6개월 동안 LNG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탱크에 보관한 액체 LNG를 기체로 변환하면 저장 규모는 약 1억3000만㎘까지 늘어난다. 탱크 3기가 완공되면 이 곳 KET에서만 약 64.5만㎘의 LNG를 보관할 수 있는 셈이다.
![울산 북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있는 LNG 저장 탱크 내부 모습. [출처=이남석 EBN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653_669918_303.jpg)
1200톤의 무게가 나간다는 탱크 지붕으로 눈을 돌리자 콘크리트로 각인된 건조한 이미지가 다소 따뜻한 분위기로 전환됐다. 타원형 모양의 지붕에 비치는 노란 조명을 바라보자니, 마치 공상영화에 나올 법한 거대한 우주선 안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거대 지붕에는 나름 재미난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다. 지붕을 상단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루프에어레이징(Roof Air raising)'이란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탱크 내부에 공기를 유입해 공기압이 유지되면 늘어난 공기량에 지붕이 바닥에서부터 40m 이상 날아오르게 된다. 1천톤이 넘는 무거운 지붕이 탱크 상단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시간이면 족하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탱크는 튼튼한 첫인상만큼이나 '내구성'도 강력했다. 우선 탱크 내벽 두께만 약 3m에 달한다. 풀 컨테인먼트 형식으로 콘크리트와 각종 보냉재, 9퍼센트의 니켈 합금당을 사용한 이중구조로 건설한 덕분이다. 외벽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안전 등급이 높은 '프리스트레싱' 공법을 적용했다. 건축 골조의 부재에 강철선 등을 넣는 '프리스트레스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해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도 보호가 가능하다.
KET 관계자는 "탱크 하부에는 직경 90cm, 약 1m 정도 되는 강관 타일이 872개가 박혀 있다"며 "4800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지진이 와도 이 구조물(탱크)은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북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있는 LNG 저장 탱크 외벽. [출처=이남석 EBN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653_669932_4036.png)
■ 북방파제와 방파호로 둘러싸인 '천혜의 LNG 사업장'
발걸음을 옮겨 LNG 전용 부두 '로딩암'에 도착하니 KET가 '천혜의 LNG 사업장'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KET 사업장은 저장 탱크를 비롯해 LNG를 하역하고 기화, 송출할 수 있는 4단계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로딩암의 퀄리티가 '기화' 작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무엇보다 드넓은 바다를 활용한 지리적 요건이 흠잡을 데가 없었다. 울산 북방파제와 방파호로 둘러싸여 파고는 낮고, 해상 기상 영향은 적게 받아 안정적인 해상 하역 작업이 가능했다.
안변식 부두를 활용해 탱크와 부두 간 거리가 가까운 점도 인상 깊었다. 하역시간은 최소화하고 부두전면에 방파제를 보유해 조수간만의 차가 적어 최적의 항만 조건을 갖췄다. 특히 부두의 수심과 길이를 넉넉하게 설계해 LNG 선박이 안전하게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KET 관계자는 "KET 총선속의 부두 길이는 360m로 LNG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최대 연장은 300m 정도 된다"며 "축구장 3배가 조금 넘는 선박까지 접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두의 전면 수심은 15m인데 대개 선박이 물에 잠기는 흘수가 11.5-12.5m인 점을 고려하면 LNG 선박이 접안을 하는 데 굉장히 양호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울산 북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있는 부두 로딩암. [출처=이남석 EBN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653_669924_3320.jpg)
마지막으로 찾은 기화 송출시설 사업장은 소위 '열일'의 현장이었다. 기화기는 액체로 된 LNG를 기체로 바꾸는 중대한 역할을 맡는다. 기화기 한 대당 시간당 1만 톤의 바닷물을 뿌려 기존 LNG를 180톤의 천연가스(NG)로 바꾼다. KET는 기화기 작업 과정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매번 '3도씨' 안팎의 온도차를 유지하도록 힘을 쏟고 있다. KET에는 엄청난 작업량을 맡은 기화기만 총 3대가 구비됐다.
KET 관계자는 "들어오는 물과 나가는 물의 온도 차가 너무 크면 환경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환경 영향 평가를 할 때 3도씨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고 모니터링을 보면 약 1.5도에서 2도씨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울산 북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있는 기화기 사업장. [출처=이남석 EBN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653_669925_3341.png)
■ 2034년 천연가스 수요 13.7% 공급 목표…"주요 메이저 에너지 플레이어 도약"
KET는 2034년까지 천연가스 수요의 13.7%를 공급하는 국내 메이저 LNG 사업자로 도약하겠단 목표다. 현재 울산GPS와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주변에 위치한 천연가스 직도입자로부터 20여 년 간 LNG 저장 시설 장기 임대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메이저 LNG 사업자 도약을 위해 향후 SK가스 CEC(Clean Energy Complex) 내 LNG탱크 2기를 포함, 총 6기의 탱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LNG 벙커링'과 'LNG 냉열 공급'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LNG 벙커링은 유류 선박연료를 LNG로 대체 공급하는 사업이다. 전 세계적인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기조로 떠오르는 신(新)사업 영역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KET는 현재 국내 최대규모의 벙커링 전용 부두를 확보하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 아깝게 버려지는 LNG 냉열을 추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수요처가 생기면 직접 공급해 고객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원가절감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성모 KET 부사장은 "울산은 국내 최대 정유사와 석화사 밀집 지역으로 LNG 수요가 풍부한 편"이라며 "2034년 6개의 LNG 탱크를 전부 가동하게 되면 가스공사 등과 더불어 주요한 메이저 에너지 플레이어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ET가 사업 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LNG 벙커링과 LNG 냉열 공급 사업"이라며 "LNG 벙커링에 있어서도 가장 좋은 입지를 KET가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모 KET 부사장이 25일 울산GP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는 모습. [출처=이남석 EBN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653_669928_354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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