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허위 표시로 적발된 시중 판매 김치가 23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연합뉴스]
원산지 허위 표시로 적발된 시중 판매 김치가 23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연합뉴스]

올해 1분기 동안 수입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례가 200건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식탁 위 김치 한 포기에도 원산지를 둘러싼 교란과 소비자 기만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에 따르면, 올 1~3월 김치 원산지를 거짓 표기한 업체는 총 233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137건) 대비 약 70% 늘어난 수치다. 단속의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이유도 있지만, 원재료 수급 상황과 소비자 물가 상승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 대부분은 중국산 배추김치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켰다. 일부는 ‘국내산·수입산’ 식으로 혼합 표기를 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유도했다. 고춧가루 원산지를 속인 사례도 다수 포함됐다. 농관원 측은 “설 명절과 온라인 유통 채널 중심으로 단속을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김치·배추 수입…배경엔 고물가와 기후 변수

김치 수입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김치 수입량은 5만225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수입액도 2625만 달러에서 3082만 달러로 17% 넘게 증가했다. 수입 김치의 전량은 중국산이다.

원재료인 배추 수입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수입량이 0톤이었지만, 올해 1~2월에는 2507톤이 수입됐다. 벌써 지난해 전체 수입량(4135톤)의 절반을 넘긴 셈이다. 이 역시 대부분 중국산(2491톤)이다. 정부가 올해도 배추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면서 수입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이 배경으로 보인다.

고물가 흐름 속에서 김치 가격 역시 가파르게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기준 김치 물가상승률은 15.3%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크게 상회했다. 가정 내 식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배추 가격 역시 고공 행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4월 4일 기준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5704원으로, 1년 전(4244원)보다 34% 올랐다. 지난해 이어진 이상기후로 배추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김치 가격은 오르고, 수입은 늘고, 원산지 표시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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