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석 달 연속 2%대 오름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된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수산물 코너에 생물 오징어 두마리가 2만6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60804_674841_5535.jpg)
구조적인 어획량 감소와 기후 환경 변화가 수산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봄첨 수산물 대전'이 자취를 감췄다.
매년 5월이면 대형마트들이 봄철 막바지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어왔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들은 올해 5월 수산물 할인 행사를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편성하지 않는 방침을 정했다. 대신 삼겹살, 한우 등 축산물 중심으로 할인 행사를 전환하고 있다.
예년에는 5월이 수산물 소비 비수기로 접어드는 시기였던 만큼, 대형마트들은 고등어, 오징어, 갈치 등 대중어류를 중심으로 수산물 대전을 기획해 소비 촉진을 이어왔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으로 외식 및 가정식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특성을 고려해 수산물 소비 촉진 행사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1%)을 크게 웃돌았다. 고등어, 오징어, 갈치 등 주요 품목 가격도 평년 대비 20~50%가량 급등했다.
특히 고등어(국산 염장 중품)는 1손당 평균 소매가격이 6436원으로 평년 대비 58%나 뛰었고, 오징어(냉동 중)는 23%, 갈치(국산 냉장 대)는 17% 상승했다. 수입산 고등어 가격조차 국산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은 구조적인 어획량 감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등어 연근해 어획량은 2023년 16만 3200t에서 지난해 13만 4800t으로 17.4% 줄었으며, 살오징어 연근해 생산량은 같은 기간 42% 감소해 1만 3546t에 그쳤다. 이는 2004년 대비 16분의 1 수준이다.
유통업계는 이상 기온, 환율 불안정, 운송비 증가 등 복합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 수산물 가격이 당분간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해수면 온도는 평년 대비 0.8도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어종의 산란과 이동 경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온 상승으로 고등어, 오징어 등 어군 밀집이 부진해져 어획량 회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환율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52.9원 선으로, 전년 동기(1328원) 대비 9.4% 상승했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 러시아 등에서 수입하는 수산물 가격이 직접적으로 상승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 1손 가격은 현재 8445원으로, 평년(6881원) 대비 23% 올랐다.
운송비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해상 운송비 지표(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전분기 대비 15% 상승했다. 홍해 사태 장기화로 인해 주요 항로를 우회하는 선박이 늘면서 물류비가 상승했고, 국제유가 반등까지 겹쳐 수산물 수입 단가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노르웨이 정부는 올해 고등어 자원 보호를 위해 수출 물량을 전년 대비 50% 줄일 방침이다. 한국은 노르웨이산 고등어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수출 제한이 현실화되면 대체 수급이 쉽지 않아 추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산물 가격이 급등해 할인 행사를 기획해도 소비자 체감 할인폭이 적고, 행사 자체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오히려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축산물에 집중해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이상 기온, 환율 불안정, 운송비 증가 등 복합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 수산물 가격이 당분간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