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발(發) 관세 불똥이 결국 주문자생산방식(OEM)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의류·신발 제조업체까지 옮겨 붙었다. [출처=EBN AI 그래픽 DB]
미국 트럼프발(發) 관세 불똥이 결국 주문자생산방식(OEM)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의류·신발 제조업체까지 옮겨 붙었다. [출처=EBN AI 그래픽 DB]

미국 트럼프발(發) 관세 불똥이 결국 주문자생산방식(OEM)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의류·신발 제조업체까지 옮겨 붙었다.

그동안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낮다는 점에서 동남아 국가를 위주로 생산 거점을 옮겨왔지만, 하필 미국이 이들 지역에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랜 기간 단행해온 투자가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높아졌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46%), 방글라데시(37%), 인도네시아(32%) 등 국가에 30%가 넘는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부여한 기본 관세 10%는 한국 시간으로 오는 5일부터, 국가별 개별 관세는 오는 9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들 동남아 지역엔 국내 주요 의류·신발 OEM 업체인 영원무역, 한세실업, 화승엔터프라이즈 등의 생산 시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어서 문제다. 대부분 기업들이 그간 인건비 등 각종 생산비 출혈을 아끼고자 해당 국가들로 생산 시설을 이전해왔는데, 미국이 선포한 관세 전쟁이 동남아 국가까지 번져 나가면서 난감한 입장이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전체 생산 시설 중 70%가 방글라데시에 집중돼 있으며,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60%, 30%가 몰려있다. 한세실업은 베트남이 주요 생산지로 이 역시 생산 비중이 50%에 달할 정도로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정책은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공급망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나이키, 아디다스 등 주요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상당량의 제품을 생산해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이번 관세로 인해 생산 비용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일부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미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분을 OEM 업체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타겟,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소매업체들은 중국 내 공급업체들에게 관세로 인한 비용의 일부를 흡수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동남아시아에 생산 거점을 둔 한국 OEM 업체들에게도 동일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OEM 업체들은 사실상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거나 비용 절감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지만 당장은 명쾌한 해법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한세실업의 경우 베트남·인도네시아 외에도 엘살바도르·니카라과·과테말라 등 중남미에도 법인이 존재해 선택지는 있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섬유 제조 기업 텍솔리니를 통해서도 미국 현지 생산 형태로 제품 수급이 가능하다.

문제는 주요 생산 공장이 동남아 국가에만 집중돼 있는 영원무역과 화승엔터프라이즈다. 관세율이 낮은 국가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방법이 가장 직접적인 대안책이지만, 생산지 이전은 시간과 비용 면에서 출혈이 많아 정확한 사업 청사진 없이 무턱대고 선택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거점을 옮긴다고 해도 향후 새로운 생산지에서도 유사한 관세 위험이 존재할 수 있어 결국 완벽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업체들 자체적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손해를 메우거나,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해내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남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는 의류와 신발 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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