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8381_671976_4736.jpg)
“결국 올라올 것 같아서 떨어졌을 때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할지,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말라는 조언을 새겨들어야 할지 헷갈리는 요즘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 정책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흔들리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으나,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개장 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835.04로 기술적 약세장 구간에 진입하기도 했으나 장중 5246.57까지 오르기도 했다가 결국 전 거래일 대비 0.23% 내린 5062.25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91% 하락 마감했으나, 장중 저점 대비 고점까지 2595p 상승하는 등 사상 최대 일간 변동 폭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개장 초 낙폭이 5%대에 달했으나 저점 대비 10% 이상 치솟기도 하면서 0.10% 상승했다.
급격한 변동은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 기회를 모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지난 2일 세계 모든 나라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9일부터는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 관세를 추가한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유지하면서 튼튼하던 뉴욕증시 마저도 폭락한 바 있다. S&P500 지수는 4일 5.97%나 하락해 2020년 3월 16일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는 3~4일 이틀간 11% 이상 내렸다.
충분히 많이 내린 상태였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상호관세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가짜뉴스에도 투심이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미국주식을 적극 매수해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미 주식 순매수 규모가 109억2715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특히 나스닥100 지수를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TQQQ ETF, 테슬라 2배 레버리지 TSLL ETF,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수익률 3배 추종 SOXL ETF 등 레버리지 상품에 적극 투자해왔다. 미국 증시가 급락한 현재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다른 시장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시아 증시 역시 트럼프 관세 정책에 상당한 충격을 입은 상태다. 지난 2일 종가 대비 7일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12.85%, 대만 가권지수는 9.70% 하락했다. 중국 상해 종합도 7.57% 내렸다. 한국 코스피 지수도 7.09% 떨어졌으나 상대적으로 낙폭은 적었다.
8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전일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1조7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으며 이날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미국 증시도 변동성은 있지만 그래도 우상향해왔기 때문에 결국은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바닥에 근접했는지를 모르겠다”며 “작년까지 미국 증시가 워낙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 저평가 돼 있던 국내증시를 눈여겨 봐야하는 시점인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미중 무역 갈등이 부각됐던 2018년에도 단기 주가 하락폭이 컸다. 2018년 10월 한달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3%, 21% 하락했다. 관세 충격 직후 주가가 급락했고 특히 처음 1개월 낙폭이 가장 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상대국들의 대응이 생각보다 강경할 수 있고,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기대만큼 많은 횟수의 금리인하를 쉽게 결단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주식시장에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며 “이미 급락했지만, 기간조정이 1~2분기 정도 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무역 전쟁의 다음 챕터를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코스피 밸류에이션은 분명 역사적 바닥”이라며 “지금이 전세계 2000만명이 넘게 사망한 팬데믹 시기보다 더 큰 위기 상황인지 생각해보며 패닉은 말야한다”고 조언했다.
내수주, 인컴형 등 방어적인 대응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 예측이 어렵고, 수출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종목은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NN에서 발표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가 극단적 공포 국면이고 채권, 상품 등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경기는 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주식시장이 오르리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9일 상호관세 발효 이후 본격저인 관세 협상에 나서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대응은 방어력이 강한 종목으로 수익률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대외민감도가 매우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내수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필요가 있고 엔터가 포함된 미디어를 선두로 지주와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 연초 이후 성과가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스타일은 저변동성, 가치, 고배당, 배당성장 등 보수적인 전략”이라며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금흐름을 높일 수 있는 인컴형 ETF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