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AI 그래픽]](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8412_672019_4148.png)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치 테마주가 국내 증시에서 유일하게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발표로 증시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대선 유력 주자와 관련된 정치 테마주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상한가를 기록한 16개 종목 중 기술수출 소식을 알린 ‘에이비엘바이오’를 제외한 15개 종목이 모두 정치 테마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동향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는 이들 종목은 기업 실적이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도 △대영포장 △세원물산 △크라우드웍스 △상지건설 △에르코스 △위세아이텍 △계룡건설 △엑시온그룹 △엑셀세라퓨틱스 등 9개 종목이 상한가에 도달했으며, 이 중 ‘엑시온그룹’과 ‘엑셀세라퓨틱스’를 제외한 7개 종목이 모두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다. 엑시온그룹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해소했고, 엑셀세라퓨틱스는 독점 공급 계약 체결 소식으로 상승세를 탔다.
대표적인 사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캠프에 합류한 인물이 과거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상지건설’은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주가는 270%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126억원에서 466억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회사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공시할 중요 정보가 없다”고 밝혀 이번 급등이 실질적 기업 가치와 무관한 정치 테마주 특성임을 시사했다.
‘에르코스’ 역시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조회공시를 받았지만 회사 측은 “당사의 사업과 정치 공약은 관련이 없다”며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것 자체를 부인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입장과 무관하게 투자자들이 정치 테마주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 외에도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대선주자들과 연결된 종목들이 증시 부진 속에서도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발표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탓에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 테마주만 유일하게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치 테마주는 해당 정치인의 발언, 일정, 논란 등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 하는 등 변동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대선까지 두 달여 남은 시점에서 정치 테마주의 투기성 강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기업의 본질 가치와 무관한 가격 형성은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당국도 정치 테마주 과열 현상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올해 1월 정치인과 인맥, 지역 유사성 등을 빌미로 15개 종목을 정치 테마주로 부각시켜 주가를 조작한 사례를 적발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는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특정 정치인과의 학연, 지연 등을 근거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가 예측이 어려워 투자자 피해가 클 수 있다”며 “허위 정보나 풍문에 의한 투자 유도는 법적 책임을 수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 테마주를 둘러싼 과열 현상은 반복돼온 문제다.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을 좇기보다 기업의 내재 가치를 바탕으로 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며, 대선 정국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더욱 신중한 투자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더욱 테마주로 투심이 쏠리는 듯 보인다”며 “조기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변동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