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LG에너지솔루션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9531_673341_2052.jpg)
국내 주요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합작 사업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성장 정체)' 현상과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 속에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전략 수정으로 풀이된다.
1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설립하기로 한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JV)의 공장 건설을 연기했다.
양사는 2023년 8월 합작법인 계약을 맺고 중국 난징과 취저우에 각각 전처리·후처리 공장을 2024년 말 가동 목표로 짓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착공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공장 건설과 관련해 시장 상황이 달라져 계획을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SK온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중국 GEM과 함께 추진했던 3자 합작법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 설립 계획은 최종 무산됐다.
3사는 최대 1조21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 연산 5만톤 규모 공장을 2024년까지 짓기로 했으나 캐즘 장기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해외우려기관(FEOC)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중국 CNGR과 추진하던 이차전지용 니켈 합작 공장 프로젝트를 중단한 상태다.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우선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여기에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IRA는 중국 정부와 관련된 합작사 비중이 일정 수준(지분율 25%) 이상인 경우 전기차 보조금 혜택에서 배제한다. 이는 중국 기업과의 합작법인 운영에 직접적인 제약 요인이 된다. 또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FEOC 규정이 더 강화되거나 수정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핵심 광물 영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해, 향후 시장 회복 시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 확보를 위해서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당분간 캐즘과 통상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