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환 한국해양기술 회장 [출처=김지성 기자-EBN DB]
안승환 한국해양기술 회장 [출처=김지성 기자-EBN DB]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어민들의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넓은 바다가 가진 다양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다시 바다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안승환 한국해양기술 회장은 지역경제와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바다에서 물고기가 아닌 다른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는 한국의 어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수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어종이 달라지고 적조와 물고기 폐사, 어족자원 감소에 대한 언론 보도는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최근 몇년 새 급격히 커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등지고 살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어촌에서 고령층 비중이 70%에 달하는 현실은 20~30년 후에도 이 마을이 마을로서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한다. 

안승환 회장이 해양에너지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다에서 더 이상 물고기만 찾아서는 우리나라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이용하는 조력발전, 바다 위에서 바람을 이용하는 해상풍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양에너지를 활용해 이를 국가와 지역주민의 이익으로 공유할 길을 찾아야 한다.

이 중 해상풍력은 정부가 추진하는 RE100 실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우선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트렌드에 뒤처지면 국가 차원에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대규모 발전단지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도 해상풍력이 가진 강점이다. 육상의 경우 한정된 지역에서만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큰 규모라 해도 총 설비용량이 50MW를 넘기는 것도 어렵다. 현재 국내 최대 육상풍력 발전단지는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에 위치한 양양 풍력 발전단지로 총 46MW 규모다.

육상 대비 1기당 구축 비용은 더 많이 소요되지만 바다에 풍력 발전단지를 구축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라남도 영광군 해상에 추진되는 낙월 해상풍력 사업은 총 설비용량이 364.8MW에 달한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연간 25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민간 주도 프로젝트지만 국가적으로 탈탄소를 향한 기념비적인 사업이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100여개 기업들도 낙월 해상풍력 사업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오는 2026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출발한 낙월 해상풍력 사업은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풍력단지에는 단 한 개의 발전기도 설치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이달부터 발전기를 설치하더라도 내년 말에나 완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승환 한국해양기술 회장 [출처=EBN DB]
안승환 한국해양기술 회장 [출처=김지성 기자-EBN DB]

LS전선 측이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에 민원을 넣고 참여기업에 대한 소송에 나서면서 낙월 해상풍력 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낙월 해상풍력 단지는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이도에 구축한 변전소까지 보내는 33KV급 내부망과 변전소를 거친 전력을 한전 송전선로에 연결하는 154KV급 외부망으로 구성된다. 국내 기업 중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기업은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유이하다. 내부망은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이 사용되지만 외부망은 외국산 제품을 수입한다. 

해상풍력 경험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 국내 기업끼리 경쟁하는 것에 대해 안승환 회장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되는지, 설치된 풍력발전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유지보수에 문제는 없는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면 국내 시장에서조차 해상풍력 프로젝트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 

해상풍력 산업은 기업 혼자서 키울 수 없다. 투자자가 있어야 하고 RE100 실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달리 기업 이익 뿐 아니라 산업과 국가 전체를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안승환 회장은 "대기업이 경쟁과 견제에만 매몰돼 경쟁사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특정 프레임을 씌우고 방해에만 집중하면 나중에는 그 프레임이 국내 산업 전체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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