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에 정박한 어선들 모습.[출처=EBN DB]](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9043_672714_5614.jpg)
"낙월해상풍력에 대한 근거 없는 LS전선의 발목 잡기로 어민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부인들 유입에 오래간만에 식당가에도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최근에는 이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살 길이 막막해지고 있는 만큼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야 합니다."(법성면 한 주민)
지난 주말 오전에 찾은 전라남도 영광군에 위치한 법성포. 어선이 바삐 오가며 그날 잡은 생선을 손질하고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시간이지만 되레 조용했다.
굴비의 고장임에도 항구에는 수십 대의 어선들이 한가로이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이다. 몇몇 어선은 언제 바다로 조업에 나갔냐는 듯 세월의 흔적만 고스란히 남아있을 정도였다.
법성포는 인근 지역에서 잡아 올린 조기를 소금으로 간을 해 굴비를 만들어 내면서 유명해졌다. '돈 실러 가세,돈 실러 가세,칠산바다 돈 실러 가세'라는 노랫가락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한 어획량 부진과 경기 침체, 수산물 소비 감소가 이어지면서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영광군에 따르면 이 곳에는 총 16개 어촌계가 소속돼 있으며 계원은 1800여명 수준이다. 이는 영광군 인구(5만2400명)의 3.4%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어업 종사자들은 200여명 수준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굴비관련 업체와 인원들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3년 461개에 업체에서 지난해는 2.8% 감소한 448개를 나타냈다. 종사자도 같은 기간 936명에서 879명으로 6.1% 줄었다.
청년층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으며 고령화가 고착화되는 상황이다.
법성면 주민 최모씨는 "어민의 70%가 60대 이상"이라며 "과거에 비하면 어업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힘든 것은 물론 실질 인력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어민들의 관심을 끈 것이 '낙월해상풍력'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영광 앞바다에 2026년까지 5.7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64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총 364.8MW 규모다. 이는 25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2023년 말 실시된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에서 선정된 사업 중 유일하게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한민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할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첫 ‘신호탄’이자 국내 육·해상풍력 중 단일규모로는 최대를 자랑하는 만큼 어민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쏠렸다.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에 정박한 어선들 모습.[출처=EBN DB]](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9043_672715_5827.jpg)
사업 초기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현재 주민들의 기대는 크다. 대표적인 것이 제주도에 건설된 '탐라해상풍력단지'다.
3MW 규모의 국내 첫 상업용 해상풍력 단지로 지난 2017년 조성이 완료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 곳 역시 이제는 지역의 자랑거리로 자리잡았다. 발전기 지지 구조물은 인공어초 역할을 해 해산물이 더 늘어나면서 돌고래와 어류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외 연구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022년 국제해양탐사협의회(ICES) 해양과학저널에 게재된 '북미 최초 해상풍력단지 건설 및 운영이 해저 어류 및 무척추동물 어획현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게재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 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미국 뉴욕 주와 로드아일랜드주의 경계선에 위치한 블록아일랜드 인근의 30MW 규모 해상풍력단지는 어족자원 풍부화를 통한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주 덴마크 대한민국 대사관도 지난 2015년 덴마크의 학술보고서 3건과 정부기관 보고서 1건을 정리한 '해상풍력발전소가 주변 어족자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해저 바닥에 단단한 기판이 형성돼 저서생물이 증가하고, 이를 먹이로 삼는 어류가 늘어나 주변 생물 다양성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중동부에 위치한 험버 지역의 그림스비 항구는 해상풍력 시장 확대로 지역경제에 활기를 띄고 있다.
1400여 명의 지역 근로자가 현재 양산 중인 해상풍력터빈 블레이드 제작에 투입되는 것은 물론 부품 기업들까지 참여하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잇는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낙월해상풍력' 사업자인 명운산업개발과 영광군이 주민들과 이익금을 나누기로 한 점도 주민들의 새 희망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양측은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주민이 참여하고 이익금을 나누는 형태의 '이익공유제'를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은 이 사업을 생계로 연결 지으며 조속한 사업 재개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LS전선이 발목을 잡으며 이 같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사업자인 명운산업개발이 갑작스런 법적 시비, 소송 등에 휘말리면서 6개월 동안 공사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해상풍력단지는 크게 해상의 풍력 공사와 변전소, 개폐소 등 육상(송이도) 공사로 나뉜다. 현재 육상 공사는 4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풍력 하부구조물·발전기 설치 공사는 아직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배경에는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LS전선이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명운산업개발은 당초 LS전선과 풍력발전 해저케이블 구매계약 체결을 시도했지만 LS전선의 무리한 요구로 지난해 4월 최종 무산됐다.
이후 명운산업개발에 대한 LS전선의 비방과 소송 등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근거없는 비방을 멈추고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모씨는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대기업의 훼방으로 밖에 볼 수밖에 없다"며 "이 사업은 사업자만이 아닌 국가와 주민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을 후손들에게까지 물려주기 싫다는 것이 주민들의 마음"이라며 "사업이 지연될수록 주민들의 생계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익을 위해서라도 이뤄져야 한다"며 "평생 바다에서 일해 온 사람들에게 해상풍력은 마지막으로 바다에 건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출처=EBN DB]](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9043_672716_585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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