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용산타워. [출처= EBN]
LS 용산타워. [출처= EBN]

LS그룹이 다수의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성장을 위한 재원 마련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은 상황이다. 줄상장이 향후 오너가의 계열분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판단에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급증에 발맞춰 설비를 확충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LS그룹은 LS파워솔루션(옛 KOC전기)과 에식스솔루션즈의 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상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파워솔루션은 LS일렉트릭의 자회사로 ㈜LS의 손자회사에 해당한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의 자회사가 흡수합병한 미국회사 슈페리얼에식스의 분할 자회사로 ㈜LS의 고손자회사다. LS는 슈페리얼에식스의 또 다른 자회사 슈페리얼에식스ABL(SEABL)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LS와 E1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전기차 충전업체 LS이링크도 올해 IPO 재추진에 나선다.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으로 투자심리 위축에 기업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철회한 바 있다.

㈜LS의 자회사 LS전선이 지분 약 53%를 소유한 LS이브이코리아도 다시 상장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LS그룹의 핵심 계열사 LS전선, LS MnM, LS엠트론 등도 상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성장 기대감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증권가에서도 LS그룹 계열사 IPO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연이은 계열사 IPO에 모회사의 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주주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LS그룹은 지주사인 ㈜LS를 포함해 10개 상장사가 있다. LS그룹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거나 추가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회사들까지 상장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면 LS그룹 상장회사는 18~19개에 이르게 된다. 문어발 상장, 중복 상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더욱이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중복상장과 관련해 “투자를 하려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방법이 제한적인 만큼 어쩔 수 없다”며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한 것이 화제가 되면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결국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중복상장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준비하고 있는 계열사 상장은 핵심 또는 주력 산업을 분할해 상장해 모기업 가치를 쪼개거나 희석하는 것과 다른 케이스”라며 투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주주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회장, 구본규 LS전선 사장, 구동휘 LS MnM 부사장. [출처=LS그룹]
(왼쪽부터)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회장, 구본규 LS전선 사장, 구동휘 LS MnM 부사장. [출처=LS그룹]

구家 3세 고려한 계열분리 포석?

LS그룹이 계열사 신규 상장 과정에서 공모주를 구주매출이 아닌 신주로 발행할 계획인 만큼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 목적이 강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오너가의 배를 불리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에서도 IPO가 신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의도가 있지만 구자은 회장 이후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후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3인의 장남이 각각 LS전선, E1, 예스코의 명예회장으로 이들의 장남이 순서대로 LS그룹을 이끌었다. 태·평·두 삼형제의 장남 승계 원칙이 세워졌고 실제로 구태회 회장 아들인 구자홍 회장이 그룹 초대회장을, 이어 구평회 회장 아들인 구자열 회장이 2013년부터 그룹을 이끌었다. 구두회 회장 아들인 구자은 현 회장은 2022년부터 2030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순서상 구자홍 회장의 장남이 유력했으나 구자홍 회장 별세 후 자녀들이 그룹 내 지분을 정리하면서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구자홍 회장 동생인 구자엽 LS전선 회장 아들 구본규 LS전선 사장과 故 구자명 LS MnM(옛 LS니꼬동제련) 회장 아들 구본혁 인베니(옛 예스코홀딩스) 부회장, 구자열 의장의 아들인 구동휘 LS MnM 부사장이 꼽힌다.

구본혁 부회장은 가장 연장자인데다 3세 중 가장 빨리 부회장에 올랐지만, ㈜LS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는 구동휘 부사장이다. 구본규 사장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LS전선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2030년에 맞춰 향후 후계 구도 정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으로 계열분리가 꼽힌다. LS그룹 자체가 계열분리로 출발했던 만큼 이번에도 계열분리로 원만하게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실제로 LS그룹은 이미 ㈜LS, E1, 인베니로 3대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 이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다.

계열사의 줄상장 시도도 이 같은 계열분리 사전 작업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열사 상장으로 그룹 전체의 덩치를 키울 수 있는 동시에 친족 간 주식 교환 작업 등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권의 중복상장 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 논의는 LS그룹의 IPO 및 계열분리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책임 강화를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주주 이익 보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소액주주를 울렸던 중복상장 규제, 물적분할 후 재상장 등을 방지하는 법안이 마련되면 자세한 내용에 따라 LS그룹의 계열사 IPO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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