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컬리의 지분투자로 신선식품 시장 경쟁 2차전을 준비 중이다. [출처=Open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9965_673863_30.png)
네이버가 신선식품 플랫폼 '컬리'의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자사 '장보기 서비스'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커머스(상거래) 전략의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지난 2020년부터 추진해온 1차 장보기 모델은 유통사 연동 중심의 정보 제공에 머물렀고, 배송 품질과 소비자 신뢰 확보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번 컬리 투자 검토는 플랫폼 주도의 식품 유통 모델을 전면 재정비하고, 브랜드 콘텐츠 중심의 2차 전략으로 전환하려는 네이버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신선식품 스타트업 컬리의 구주 지분 약 10% 매입을 검토 중이다. 대상은 컬리의 초기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이며, 기업가치는 6000억~1조원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네이버는 단숨에 컬리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딜을 단순한 재무적 투자로 보지 않는다. 1차 장보기 전략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2차 진입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장보기 서비스를 론칭하며 이마트몰, 홈플러스, 초록마을 등 주요 유통사를 자사 플랫폼에 입점시켰다. 소비자는 네이버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할 수 있었지만, 배송과 재고 관리, 고객 응대는 모두 입점사 몫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유연한 구조였지만 신선식품 유통의 핵심인 '배송 품질과 신뢰 통제'에서는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배송 지연, 품절 취소, 상품 훼손 등 문제 발생 시 네이버는 개입할 권한도 없었고, 고객센터를 통한 일관된 대응 시스템도 부재했다.
소비자는 네이버에서 주문했지만, 문제 발생 시 어디로 클레임(불만)을 제기해야 할지 혼란을 겪었고, 이 같은 사용자 경험의 단절은 반복되며 플랫폼 신뢰도에 영향을 줬다.
같은 시기, 경쟁사들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당일 도착'을 기본으로 하는 속도 경쟁을 선도했고,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직접 통제하면서 풀스택 유통 모델을 구축했다.
SSG닷컴은 오프라인 계열사 이마트와 풀필먼트(통합물류) 시스템을 통합해 매장 재고 기반 당일배송 체계를 만들었고, 오아시스마켓은 자체 물류망과 산지 직송, 친환경 포장을 결합한 새벽배송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들 모두가 유통 과정에 직접 개입하며 신뢰와 품질을 확보해 나간 반면, 네이버는 배송·재고·CS 등 핵심 기능을 외주화한 채 '검색·결제 창구' 역할에 머물렀고, 소비자 경험의 주도권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네이버는 컬리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장보기 서비스를 '정보 전달' 수준에서 벗어나 신뢰 가능한 브랜드 중심 커머스로 재편하는데 나선 것이다.
컬리는 큐레이션 중심의 MD(상품기획자) 전략, 자체 풀필먼트 시스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까지 갖춘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이다. 네이버가 컬리를 단순 입점사가 아닌 플랫폼 내부 콘텐츠로 내재화하게 되면, 장보기 카테고리 전체의 브랜드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있고, 배송 품질 역시 간접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여기에 컬리 상품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을 연동하는 방식의 락인 전략이 더해지면, 사용자 충성도 제고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산 매입이 아니라, 네이버가 장보기 전략을 본격적으로 전환하려는 구조 보강 작업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행보는 네이버가 단순히 식품 유통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수준을 넘어, 커머스 전략의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