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드라이브와 관련 “미국과 중국 간 합의가 안 되면 다른 나라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가 더 연기되더라도 경제적인 비용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워싱턴DC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이 이번 주 참석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총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이같이 전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든 협상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많이 있었다”며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역할을 꽤 오래 해왔기 때문에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무역을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계가 중국과 많이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의에서 논의된 시나리오 중에 상호관세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시나리오나 중국을 뺀 나머지 국가에 대한 관세는 90일 뒤에 없어지는 시나리오나 성장률 차이가 거의 없었다”며 “이는 다른 나라에 대한 관세가 25%이건 아니건 중국에 대한 관세가 훨씬 높아졌고, 이에 중국이 보복한 효과가 다른 나라에 대한 관세 면제 효과를 상쇄시켰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미중 협상 전망에 대해선 “좌우간 미중 사이 어떻게든 합의가 돼야 세계가 편안해지지 않을까 한다”며 “전망이라기보다는 바람이 크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번 회의의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라고 언급하며 “모든 사람이 미국 관세 정책의 방향과 최근 금융시장 상황, 특히 미국 국고채 시장에서 변동이 심했던 상황, 또 달러의 움직임 등의 원인이 뭐고 미국의 국가별 협상이 잘 진행되면 미 금융시장이 다시 안정될 것인지, 이게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 등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이 제일 많았다”고 전했다.

또 “일본 중앙은행 총재도 자기들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를 어떻게 잡을지도 모를 정도로 불확실성이 심해 경제 예측이 어렵다. 하여간 불확실성이란 단어가 일주일 내내 따라다녔다”며 “그나마 미 국채 가격이나 환율 등은 매우 크게 변했는데 시장의 기능은 잘 작동돼 다행이라는 견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때처럼 재정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그런 위기가 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우려,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부채 비율이 굉장히 올라가서 어떤 조정 과정이 있으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가설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국 상황을 바라보는 외국의 견해에 대해선 “무역 전쟁 탓에 한국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민첩하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트럼프발 관세 드라이브에 대한 각국의 대응 가운데 유럽연합(EU)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EU에서 이번 위기를 통해 그간 미뤄왔던 구조조정을 하자는 일치된 의견이 나온다는 것인데 이 총재는 “반미 정서가 올라가면서 그런 컨센서스가 굉장히 많이 퍼져서 은행시장 통합, 자본시장 통합을 빨리 진행하자, 달러화 변동성이 심하니 유로화가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자 등의 논의가 많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전날 한국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가 향후 환율 정책에 대한 협의를 해나가기로 합의한 것 관련해서는 “앞으로 어떤 요구를 미국 측에서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 문제는 원래 기재부와 재무부가 다뤄왔었던 사안으로, 이를 (통상협의와 분리해) 양 부처가 논의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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