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류업계가 ‘홈술족(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 잡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오비맥주(OB맥주)는 실속형 대용량 패키지와 굿즈 마케팅으로 가정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으며,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도 각기 다른 전략으로 SKU(상품수) 확대에 나서고 있다. 주류 소비 채널이 유흥 중심에서 점차 가정·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유통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카스를 중심으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묶음 패키지를 연중 상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실속형 SKU 구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전용잔 등 굿즈를 포함한 기획 패키지를 확대해 ‘홈술의 경험가치’도 높였다.
여기에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를 활용한 ‘고메 챌리스 셰프 에디션’을 출시하며 홈 다이닝 수요까지 공략한다.
도자기 접시 5단 구성의 고급 식기 세트와 미쉐린 2스타 셰프의 레시피 카드를 함께 제공해 집에서도 품격 있는 맥주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 패키지는 전국 마트 및 주요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에서 한정 판매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브랜드 ‘테라’ 출시 6주년을 맞아 글로벌 인기 캐릭터 ‘팩맨’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다. 뉴트로 감성과 레트로 디자인으로 2030세대부터 4050세대까지 아우르는 전 연령층과의 소통을 노린다.
이는 테라의 대중성과 친숙함을 재확인시키는 동시에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주 브랜드 ‘진로’ ‘진로골드’ ‘참이슬’도 차별화에 나섰다. 진로는 ‘깔끔한 맛’을 강조한 협업 마케팅, 진로골드는 15.5도의 저도수 마케팅, 참이슬은 전국구 브랜드 파워를 전면에 내세워 세분화된 소비자층을 공략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크러시(KRUSH)’ 브랜드로 맥주 시장에서 차별화에 나섰다. 몰트, 홉 버스팅 기법을 적용한 청량한 맛과 숄더리스 투명병, 아이스 타일 캔 등 독창적인 패키지로 기존 국산 맥주와 차별을 꾀했다.
국내외 주류 품평회에서 수상한 품질력을 바탕으로 롯데는 크러시를 유흥 시장 중심에서 점차 편의점, 대형마트 등 가정용 채널로 확장 중이다. 특히 에스파 카리나를 모델로 기용해 MZ세대와의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있고, 재활용 등급 ‘최우수’를 획득한 친환경 패키징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주목된다.
편의점 역시 SKU 다양화에 나섰다.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는 기존 500㎖ 중심에서 벗어나 135㎖~355㎖ 소용량 캔 제품, 혼합 주종 구성, 굿즈 포함 세트를 확대하고 있다. 주말 혼술, 미니파티 수요에 대응한 트렌디한 제품군으로 실속과 감성 모두를 충족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홈술족을 겨냥한 SKU 확대는 단순한 유통의 영역을 넘어 브랜드 경험 설계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패키지 디자인과 구성, 콜라보 마케팅, 굿즈 전략이 브랜드 충성도와 재구매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류시장 전체가 유흥채널에서 가정채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소비 환경 변화에 맞춘 채널 다변화와 감성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