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은 지난해 10월 도쿄 하라주쿠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 ‘매운 건 즐겁다! 신라면 월드’에서 ‘즐기는 매운맛’을 전면에 두고 브랜드 마케팅을 펼쳤다. 시식 공간과 모디슈머 레시피 소개, 전시 콘텐츠로 구성된 팝업스토어는 신라면을 단순한 식품이 아닌 ‘경험 콘텐츠’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 일본 도쿄 하라주쿠 팝업스토어 ‘매운 건 즐겁다! 신라면 월드’ 키 비주얼 모습. [출처=농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2048_676257_4952.jpg)
농심이 일본 시장에서의 마케팅 전략을 전면 재편하며 ‘신라면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접근성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현지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감성형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핵심은 ‘한국의 매운맛’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되, 다양한 맛과 형식을 통해 일본 소비자층 전반을 포괄하는 전략이다.
9일 농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농심은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신라면 팝업스토어 ‘매운 건 즐겁다! 신라면 월드’를 통해 브랜드 체험의 장을 열었다. 개발 스토리 전시, 모디슈머 레시피 공유, 푸드트럭 시식 공간 등을 통해 하루 평균 1300여 명의 현지 소비자와 직접 만났다.
K-팝과의 협업도 이어갔다. 올 1월 후쿠오카 ‘골든디스크어워즈’ 현장에서는 인기 그룹 엔하이픈에게 ‘농심 신라면상’을 수여하고, 테마 부스를 운영해 K-푸드와 K-컬처를 연계한 브랜드 홍보를 펼쳤다.
4월 10일 ‘신라면의 날’ 기념 마케팅은 올해로 15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봄·가을 시즌 일본 전역을 순회했던 푸드트럭 ‘신라면 키친카’ 역시 대표적인 소비자 접점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TPC마케팅리서치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일본 시장 내 매운맛 라면 점유율은 6% 수준에 그친다. 이에 농심은 신라면 중심의 단일 브랜드 구조를 벗어나 ‘너구리’ ‘짜파게티’ ‘둥지냉면’ 등 맵지 않은 라면을 제2의 성장축으로 설정했다.
국물 없는 라면 수요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라면 툼바, 신라면볶음면 등은 치즈·크림 계열 맛을 강조한 제품으로, 덜 매운 K-라면 수요를 겨냥했다. 일본 내 건면(비국물 라면) 시장은 전체의 13%를 차지하고 있어 성장 여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농심 측은 브랜드별로 연간 10억엔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하며, 프랜차이즈 협업 및 MZ세대 중심 체험 마케팅을 병행해 각 제품의 현지화와 지속 성장을 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최근 일본 관광객의 반응을 통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도 확인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감자면과 스낵 제품 빵부장이다.
감자면은 감자 전분을 사용한 쫄깃한 면발과 샤브샤브 스타일 국물로 매운맛이 약해 일본 소비자에게 친숙한 제품이다. 지난해 3월에는 일본 온라인몰 한국라면 랭킹 1위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현지 시장에 컵라면 제품 ‘감자면 큰사발’ 출시를 통해 간편식 시장까지 공략한다.
빵부장은 고급 베이커리 맛을 구현한 콘셉트로, 일본 유명 방송사 TV아사히에서 ‘꼭 먹어봐야 할 한국의 맛’으로 소개되며 입소문을 탔다. 한국 대형마트에서는 하루 1000봉 이상 판매되는 매장을 중심으로 일본 관광객의 필수 구매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농심은 이에 대응해 오프라인 프로모션과 유통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단순히 일본 시장에서 매운맛 라면을 판매하는 단계를 넘어 일본 소비자의 일상과 문화 속에 ‘한국의 맛’을 녹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현지 고객과의 지속적인 접점을 통해 신라면이 일본인의 추억과 식생활 일부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며 “오는 2026년까지 일본 시장에서 200억엔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브랜드가 일본에서 소비자 감성까지 사로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농심은 식품 소비를 ‘경험의 콘텐츠’로 전환하며 K-푸드의 확장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