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4.0 시대’를 맞아 식품 또한 문화 콘텐츠이자 국가 브랜드의 일부로 인식되는 가운데 K-푸드는 이제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경제와 문화의 접점을 연결하는 복합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006_686875_1526.jpg)
한국 식품기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K-푸드’의 위상을 확장하며 식문화 외교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콘텐츠 기반의 ‘4차 한류’ 확산과 맞물려 한국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문화적 경험과 정체성의 일부로 소비되면서 일본 시장은 동북아 식품기업 간 격돌의 무대가 되고 있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CJ제일제당 등 국내 식품 대기업들은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제품 현지화와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농심 재팬은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일본 오사카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서 ‘헬로! 신라면’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신라면의 매운맛과 일본 식재료의 만남’을 주제로 현지 소비자가 자유롭게 토핑을 선택해 라면을 커스터마이징하는 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신라면 관련 퀴즈와 룰렛 이벤트, 한국어 퀴즈 챌린지 등도 마련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참여형 문화 소비’를 유도할 계획이다.
CJ푸드재팬은 일본 유제품 기업 메이지와 협업해 ‘미초 마시는 요구르트’를 선보이며, ‘한국의 건강식’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초 특유의 과일 발효 식초와 일본식 요구르트를 결합한 제품은 일본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것으로, 발매 직후 편의점 중심으로 빠르게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 식품기업은 ‘와쇼쿠(和食·일본의 전통 식문화)’ 기반 전통성을 전면에 내세운 방어 전략을 지속 중이다. 메이지·야마사·아지노모토 등 대형 기업은 품질 인증, 장인 정신, 오랜 제조 전통을 강조하며 고급식 브랜드로의 이미지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나 글로벌 채널을 활용한 대중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은 ‘문화+제품’을 연계한 융합형 식품 전략을 펼치고 있다. K-팝·K-뷰티·K-드라마 등 콘텐츠 기반 접점이 이미 형성된 일본 시장에서 식품 역시 스토리텔링 요소와 체험 콘텐츠를 결합해 문화적 연결 고리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큐텐재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내 한국 면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으며 김·건어물(27%), 국류(21%) 등 전통 식재류까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면류 중심이었던 초기 K-푸드 소비가 건강식·간편식(HMR) 등으로 다변화되며 일본 소비자의 식문화 선호도 변화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마루야마 메구미 이베이재팬 실장은 “면을 중심으로 김, 국, 반찬류까지 K-푸드의 카테고리 확장 속도가 빠르다”며 “이제는 패키지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까지 포함해 ‘한국적인 감성’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만큼 K-푸드 기획전을 강화해 다양한 한국식품을 일본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한국 식품기업 등과의 협업도 지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식문화 시장에서 ‘감성 대 품질’ ‘콘텐츠 대 전통’이라는 상반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식품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해석하며 감성과 체험 중심의 유통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일본은 여전히 품질·정통성 중심의 전통 노선을 고수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퓨처 마켓 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HMR 시장 규모는 약 295조원으로 연평균 7%씩 성장해 오는 2034년에는 3971억 달러(한화 약 5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HMR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모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최근 몇 년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이미 HMR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한국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HMR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성장 잠재력이 높다.
중국은 대규모 내수시장과 저가 대량생산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확장하고 있지만 브랜드 충성도나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일본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아세안 시장에서는 ‘매운맛’과 ‘간편식’ 트렌드를 중심으로 한국의 시장 장악력이 점차 확대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식문화가 단순 소비재를 넘어 문화 외교와 국가 이미지 형성의 척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BTS·오징어게임 이후 일본 내에서 높아진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식품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시장 크기만으로 보면 1억명 이상의 고정 수요처이자 글로벌 확장 전략의 ‘파일럿 마켓’ 역할을 담당한다”며 “한류를 등에 업은 국내 기업은 식품을 매개로 한 브랜드 문화 구축에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K-푸드가 일본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브랜드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며 “단순 수출을 넘어 문화적 파급력을 함께 고려한 전략이 지속 강구돼야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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