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정비를 마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가 지난 3월 출항하고 있다.  [출처= 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6개월간 정비를 마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가 지난 3월 출항하고 있다.  [출처=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을 겨냥한 투트랙 확장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 해군과의 함정 유지보수(MRO) 협력 강화와 함께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 ‘원팀’으로 참여하며 한국 해양방산의 해외 수출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달 말 방한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과 잇따라 면담하며 미 해군과의 함정 MRO 협력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펠란 장관은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조선 역량을 점검한 뒤, “이처럼 우수한 조선소와 협력한다면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연간 20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두고 양사의 최고 사령탑도 어필에 나섰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HD현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조선산업 재건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도 “한화오션은 미국 내 조선소 인수와 해군 MRO 수행 경험을 통해 한·미 해양 방산 협력의 선두주자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최초로 한화오션이 지난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MRO를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현재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호의 정비를 진행 중이다.

펠란 장관은 방한 직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해양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한국 조선업체들의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를 기대한다”며 한국과의 전략적 조선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출처=HD현대중공업 ]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출처=HD현대중공업 ]

이는 최근 미국 의회가 재발의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s)과도 맞물리며, 미 해상 수송 능력 확보와 해양 안보 강화를 위한 동맹국, 특히 한국 조선업체들의 현지 진출 기회를 넓히는 분위기로 읽힌다.

또 다른 전략 축으로 양사는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교체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캐나다 정부는 3000톤급 잠수함 8~12척을 신규 도입하는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추진 중이다. 현재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추진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대 60조원 규모의 대규모 함정 프로젝트로 주목받는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 2월 방위사업청 주도로 ‘함정 수출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MOU를 체결한 데 이어 3월 초 200억~240억 달러 규모의 공동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서에서 양사는 2035년까지 4척의 잠수함을 우선 공급하고, 캐나다 내 유지보수 시설 건립과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포괄적인 산업협력 계획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빠른 납기, 정비 체계, 훈련 지원 등 파격적 조건도 포함돼, 독일·프랑스·스웨덴 등 경쟁국들과의 수주 경쟁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해외 사업수주 확대의 시동을 걸면서 국내 해양방산 산업의 수출 중심 구조 전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시장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핵심 방산국가와의 협력은 후속 사업 및 향후 수출시장 확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MRO 사업 수혜를 시작으로 수출 주도형 방산 생태계 구축이 보다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고부가 선박 및 함정 분야에서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존재감을 한층 끌어올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 [출처=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 [출처=한화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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