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펠런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HD현대중공업 ]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펠런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HD현대중공업 ]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유지보수(MRO) 시장을 정조준하며 트럼프 정부의 신뢰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셀렉트USA 투자서밋'에 고위 경영진을 파견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미 해군성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핵심 인사들과 전략적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투자 서밋은 미국 상무부 주최로 열리는 최대 규모의 대외 투자 박람회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하워드 러트릭 미국 상무장관이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조선업을 잘하는 국가에 최첨단 선박을 발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업 부흥을 위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 재추진이 가시화되면서, 미 해군 MRO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두고 한국 조선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미국 공략은 사전 포석부터 정교했다. 두 회사는 이달 초 방한한 존 펠런 미 해군성 장관과 각각 울산과 거제에서 면담을 갖고, 함정 건조 및 정비 역량을 어필했다.

현재 양사는 미국 정부와의 접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해군성 존 펠런 장관(오른쪽 첫 번째)과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유콘’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한화오션 ]
미국 해군성 존 펠런 장관(오른쪽 첫 번째)과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유콘’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한화오션 ]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미국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의 MSRA(함정정비협약)를 체결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 자격을 확보했다. 전동화, AI, 디지털 트윈 등 신기술을 정비 시스템에 접목하는 한편,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의 협력도 논의 중이다.

한화그룹은 선제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MRO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데 이어, 현재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호 정비도 진행 중이다. 특히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인수, 호주 오스탈 조선소 지분 확보 등을 통해 미국 내 다각적 MRO 거점을 이미 구축했다.

또 필리조선소를 상선 건조 전진기지로, 오스탈 조선소를 군함 건조의 거점으로 삼는 복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 해군 MRO 시장은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2029년까지 약 636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양사의 전략적 포지셔닝은 글로벌 방산 시장 내 입지를 좌우할 변수다.

이번 투자 서밋에서 HD현대는 신종계 기술자문, 한화는 정인섭 사장 등이 전면에 나섰다. 업계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 조선업 부흥 드라이브를 거는 만큼, 이번 만남이 향후 수주 경쟁에서 결정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MRO는 단순 정비 사업이 아니라, 미 해군 함정 정비가 가능한 조선소 확보는 글로벌 해양 안보의 핵심 인프라"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기조와 맞물려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입지를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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