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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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HVAC) 기업 '플랙트그룹(플랙트)'을 약 2조4000억 원에 품으며 2017년 하만 이후 8년 만에 '조 단위' 인수·합병(M&A)을 재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주춤했던 대형 M&A 행보를 다시 본격화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한 공조 시장 진출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성전자는 HVAC 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영국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4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 업력을 자랑하는 공조 전문 기업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과 설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고도화된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형 데이터센터 △박물관·도서관 △공항·터미널 △대형 병원 등에 특화된 공조 설비를 공급해왔다.

특히 고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으며, 최근에는 저탄소·친환경 수요에 부합하는 액체냉각(CDU)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자율주행, 로봇, 확장현실(XR) 등 기술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이번 인수를 단행했다. 글로벌 HVAC 시장은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규제 강화로 인해 빠르게 성장 중이며, 특히 중앙공조 부문은 연평균 8%, 데이터센터용 공조는 연평균 18%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출처=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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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중앙공조 시장은 지난해 약 86조 원(610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140조 원(990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며, 이 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같은 기간 약 44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로봇·자율주행·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 플랙트를 전격 인수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b.IoT, 스마트싱스)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좋은 서비스, 유지보수 사업의 확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공조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공조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바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노태문 사장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해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플랙트 트레버 영(Trevor Young) CEO는 "플랙트가 삼성전자의 일원이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100년이 넘는 업력의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로서 글로벌 대형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플랙트가 이제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기반과 투자를 통해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M&A에 조 단위를 투입한 것은 지난 2017년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을 약 9조 원에 인수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일에는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메드테크(소니오) 등 기업 잇따라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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