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와 이상기온 영향으로 닭고기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조류인플루엔자와 이상기온 영향으로 닭고기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최대 가금류 수출국으로 꼽히는 브라질의 상업용 양계장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했다.

브라질 농림축산부는 16일(현지시간) 히우그란지두술주(州) 몬치네그루 지역 한 상업용 가금류 사육 시설에서 HPAI가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브라질 당국은 "계육이나 달걀 섭취로는 감염되지 않지만, 생산 능력 유지와 공급 보장을 위해 비상계획을 시행하고 있다"며 "검사를 마친 제품의 안전성은 보장되며, 소비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농림축산부는 이 사실을 국제기구와 교역 상대국에 즉시 통보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에 일시적인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브라질 농림축산부 장관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시 한국, 중국, 유럽연합(EU)에 대해 60일간 닭고기 수출 금지 조처를 해야 한다는 프로토콜이 있다"며 "현재 해당 국가들의 통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수출 중단 조치를 "불가피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최대 60일 동안 수출이 중단될 수 있으나, 상황이 개선되면 조기 종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금수 조치가 발생지인 히우그란지두술에만 한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한국은 냉동 닭고기 수입의 대부분을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닭고기 수입량 5만1147t 중 88%에 달하는 4만5211t을 브라질에서 들여왔다.

브라질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액은 2억8700만 달러(약 4000억원)로, 수입액 기준 세계 8위에 해당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대체 수입처를 신속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산 닭고기와 달걀을 대량 수입하는 주요 국가에서도 식탁 물가가 크게 오를 전망이다.

1위 수입국인 중국은 지난해 브라질산 닭고기를 12억9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어치를 수입했으며, 이는 중국 전체 닭고기 수입량의 42.6%를 차지한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주요 수입국으로, 이들 국가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달걀 수급이 악화되면서 브라질산 달걀 수입을 크게 늘린 바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브라질의 대미 달걀 수출은 전년 대비 1000% 이상 증가했다.

브라질 농림축산부 장관은 "세계 시장에서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브라질 가금류에 대한 전면 금수 조치는 예상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태가 중국 시장 진출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 주요 교역국이 금수 조치를 취할 경우, 국제 닭고기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브라질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은 전 세계 식탁 물가와 닭고기 공급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 정부와 다른 주요 수입국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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