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배달 치킨’ 시대에 돌풍을 일으킨 가성비 치킨 시장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에 직면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4075_678553_1929.jpg)
‘3만원 배달 치킨’ 시대에 돌풍을 일으킨 가성비 치킨 시장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에 직면했다.
최근 이 시장은 ‘퀵커머스(즉시배송)’ 서비스와 결합하면서 대형마트를 넘어 편의점·슈퍼마켓 채널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원재료 공급 차질로 성장에 급제동이 걸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고병원성 AI 방역을 위해 브라질산 가금육과 가금생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한 뒤, 외식·유통업계 내 ㎏당 40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기존 브라질산 닭고기 거래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7000원대로 두 배가량 뛴 상태로 확인됐다.
이 같은 원재료 수급 불안 문제는 단순히 닭고기 가격 인상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 편의점 및 슈퍼마켓의 신성장동력으로 작용하던 가성비 치킨시장 자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간 ‘치킨플레이션(치킨+인플레이션)’의 대체재로 떠올랐던 1만원대 미만의 가성비 치킨시장은 대형마트를 위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이 가성비 치킨 판매에다 자체 앱을 통한 배송 서비스를 접목했고, ‘30분 만에 도착하는 만원 치킨’이라는 트렌드를 형성하며 대세로 떠오르던 찰나였다.
대표적으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의 ‘88감자치킨’은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이 96.6% 증가, 누적 22만 마리를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입증했다. CU 편의점의 ‘순살치킨 바스켓’ 역시 한 달 새 106.1% 판매량이 급증했고, 이마트24의 9900원짜리 전기구이 치킨도 꾸준한 수요를 보여 왔다.
그러나 가성비 치킨 시장의 핵심 축이던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최근 중단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국내 대부분의 가성비 치킨, 특히 순살 형태 제품들이 브라질산 닭고기를 주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닭고기 수입량 중 86%가 브라질산이었고, 이는 전체 닭고기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브라질산 닭고기는 원가 절감이 중요한 편의점이나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선호도가 높았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수급 불균형에 외식업계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은 즉각 비상체제에 돌입했고, 일부 업체는 한시적 품절이나 판매 중단 조치를 고려 중이다. 특히 가성비 치킨을 핵심 메뉴로 내세운 브랜드들은 원가 인상 압박에 따라 판매 가격 조정 또는 생산 축소까지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편의점 업계도 상황을 주시하며 원료 수입처 다변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산 닭고기 사용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있으나, 가격 부담이 커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계약된 물량을 바탕으로 운영 중이나, 1~2개월 안에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단 정부는 브라질 내에서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은 특정 지역의 제품에 한해 수입 재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수입업체들이 보유한 재고 물량을 우선 유통에 풀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국내 생산업체들과 협력해 공급량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실제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최소 수 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진행 중인 브라질 지역별 제한적 수입 재개 방안도 추가 협의 과정이 남아 당장의 해결 방안 요원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수급 부족 문제는 외식업계 내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나, 가성비 치킨이 단순히 ‘저가형’ 대체재 역할을 넘어 퀵커머스와의 결합을 통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의 신성장동력으로 한창 탄력받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 상황이 아쉬운 것은 분명하다”며 “원가 부담과 품질 기준, 공급망 안정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구조적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