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르엘 재건축 단지 현장[사진=이승연 기자 ]
잠실르엘 재건축 단지 현장[사진=이승연 기자 ]

'로또청약' 기대 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미성·크로바 재건축) 아파트가 시공사 롯데건설이 제안한 263억원 규모의 특화설계안 공사비 인상을 거부하고 기존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르엘 조합은 이달 초 열린 정기총회에서 롯데건설이 제안한 조경 특화, 물놀이 시설 확대, 고급 마감재 적용 및 커뮤니티시설 장비 업그레이드 등을 포함한 특화설계안에 따른 공사비 인상안을 상정했으나, 조합원 대다수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부결됐다.

앞서 롯데건설은 조경, 물놀이 시설, 주방장비 고급화 등을 포함한 특화설계를 제안하며, 이를 위해 평당 공사비를 기존 764만원에서 790만원으로 약 3%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조합과의 협의 끝에 총 공사비를 292억원에서 263억원까지 낮췄으나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  

조합 측은 "추가분담금 없이 일반분양을 통해 인상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로 조합원들을 설득했으나, 대다수 조합원들은 "현재 입주권이 평당 1억원에 거래되는 등 조합 수익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특화설계로 비용을 더 들일 필요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잠실르엘 한 조합원은 "현재의 설계안으로도 충분하다"며 "일반분양을 통해 분양수익이 나더라도 특화설계 대신 현금으로 나눠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조합의 결정에는 인근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래아)의 사례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잠래아는 공사 막바지에 조경 및 특화 설계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평당 811만5000원으로 인상하면서 시공사, 조합, 공사비 인상을 원치 않는 조합원 간 갈등이 중폭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잠실르엘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대한 경계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부결로 잠실르엘은 사실상 분양가 조정만을 앞두게 됐다. 조합은 이달 말 예정된 분담금심의위원회를 통해 일반분양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며, 3.3㎡당 6000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최초 계획(5300만원)보다 약 700만원 이상 오른 수준이자, 인근 잠실래미안아이파크 평당 분양가 5409만원 보다 높은 금액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잠래아를 비롯한 주변 단지들이 특화 설계를 도입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반면, 잠실르엘은 비교적 보수적인 방향을 선택한 셈"이라며 "다만 높은 분양가 책정과 시장 기대를 감안할 때 조합 수익성과 분양 성과는 큰 무리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잠실르엘은 2025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있으며, 현재 전용 84㎡ 기준 입주권 호가는 35억~40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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