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L디앤에이한라]
[출처= HL디앤에이한라]

HL디앤에이한라(HL D&I한라)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발행을 동시에 추진하며 전방위 자금 확보에 나선다. 정치 리스크와 비우량 신용등급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다층적인 조달 전략을 통해 운용자금과 차환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L디앤에이한라는 내달 중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만기는 1년물과 1.5년물로 구성되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9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이 대표 주간사로 선정됐고, 신용평가사는 본평가를 통해 기존과 동일한 ‘BBB+(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이번 발행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HL디앤에이한라는 지난 1월 71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560억원의 주문을 끌어내며 오버부킹에 성공한 바 있다. 1월에 이어 이번에도 정치적 리스크와 BBB+ 등급이라는 제약은 변함없지만, 5개월 만에 다시 시장의 신뢰를 재확인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 회사채 발행과 더불어, HL디앤에이한라는 CP와 전단채 발행도 병행한다. 구체적인 발행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CP는 1년 이상, 전단채는 1년 이하 만기물로 발행될 전망이다. 

조달 자금은 대부분 차환용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HL디앤에이한라는 오는 6월 7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와 7월 430억원 규모의 사모 형태 기바의 CP 만기를 앞두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눈에 띄는 점은 이번 회사채뿐만 아니라 CP와 전단채 모두 1년 내외의 단기물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 전략에 국한된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HL디앤에이한라가 올해 들어 발행한 모든 채권이 1년 이내의 만기로 편성돼 있다는 점에서 일관된 전략 기조로 보인다. 2025년 3월 말 기준, 회사의 총차입금은 8496억원, 이 중 단기성 차입금은 4385억원에 달한다. 같은 시점 기준 현금성 자산은 623억원으로 단기 부채 대비 부족해 보이지만, 회사는 다양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경기 둔화나 정치적 불확실성 등 외부 환경을 감안할 때 단기물 위주의 조달 구조는 다소 불안정하게 비칠 수 있다. 그러나 HL디앤에이한라는 자산 매각, 관계사 대여금 회수, 이익참가부사채 정산 등을 통해 실질적인 유동성 여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반 위에서 단기 자금 운용에 대한 강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623억원, 같은 시점 단기성 차입금은 4385억원으로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은 14.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 회수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 또한 유효하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단기 조달 여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HL디앤에이한라는 과거에도 책임준공 보증, 투자금 회수 지원 등 HL홀딩스 계열의 실질적 지원을 받아왔으며, 이러한 비경상적 지원 가능성은 NICE신용평가가 한등급 상향 요소로 반영할 만큼 회사의 신용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재무적 유연성과 유동성 관리 역량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 구조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체 PF 보증 규모 1조 3163억원 중 약 8396억 원은 착공 및 책임준공 면탈 구조로 구성돼 있으며, 잔여 보증 중 362억원 역시 분양률 90%를 넘긴 현장 관련 신용보강 건으로 리스크는 제한적인 수준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 차입 비중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HL디앤에이한라는 자산 유동화와 계열사 지원, 구조화된 리스크 분산 전략을 통해 유동성 안정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이번 채권 동시 발행 역시 단기 자금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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