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스 세프코비치 EU(유럽연합)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유럽연합)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가운데, EU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BBC에 따르면 마로스 세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EU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으며, 위협이 아닌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합의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EU는 자국 이익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세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미국 측 통상대표인 제이미슨 그리어,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과 통화한 뒤 이 같은 입장을 공식화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EU와의 협상이 진전이 없다"며 "6월 1일부터 관세 인상 계획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새로운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합의를 설정해 놓았다"고 말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유럽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 관세 적용을 유예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EU산 대부분 제품에 20%의 관세를 발표했으며, 협상 시간을 고려해 이를 7월 8일까지 10%로 인하한 상태였다. 이번 50% 관세 발언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판단 아래 재차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유럽 주요국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이런 방식은 양측 모두에 해를 끼친다"며 "지속 가능한 유일한 해법은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외무장관 로랑 생마르탱은 "우리는 긴장 완화를 원하지만 대응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장관 카타리나 라이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미국과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총리 딕 스호프는 "우리는 과거에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EU의 협상 전략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EU는 미국에 약 60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출했으며, 미국은 EU로 370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무역수지 적자를 문제 삼아 유럽이 미국 제품에 대해 불공정한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애플에 대해 미국 외 지역에서 제조된 아이폰에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대상 제품을 모든 스마트폰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 이후,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은 일제히 하락했다. S&P500 지수는 약 0.7% 하락했으며,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는 각각 1.5% 이상 떨어졌다.

이번 갈등은 미국과 EU 간 최대 교역국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향후 전개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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