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의 위기는 여행 수요의 종말이 아니라 선택방식의 변화가 만든 결과다. 전통 여행사는 이제 ‘구조적 혁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 카자흐스탄 ‘침블락’ 전경. [출처=하나투어]](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4274_678807_1429.jpg)
패키지여행의 상징이었던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올해 1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전통 여행 산업의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외부 악재를 넘어 소비 트렌드의 급격한 전환과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부상의 영향력이 본격화되며 ‘중장년 중심·상품 고착화’ 전략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하나투어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84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3.2% 줄어든 123억원을 기록했다. 모두투어도 매출 656억원(-17.3%)을 기록하며 외형 축소를 피하지 못했다.
하나투어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항공 사고 외에도 전세기 사입 손실, 고정비 증가 등 내부 요인을 실적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모두투어는 ‘모두시그니처’ 등 프리미엄 패키지 중심 전략과 전세기 운용 효율화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6% 증가했지만 수요 기반 축소가 구조적 위기임은 분명하다.
1분기 출국자는 780만명으로 전년 대비 5% 늘어났으나 패키지 이용자는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권·숙소·현지 콘텐츠를 개별 구성하는 자유여행이 대세가 되는 가운데 전통 여행사는 공급자 중심 패키지 조정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 방식은 변했지만 여행사의 영업 모델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OTA는 검색 필터, 후기, AI 추천 등 디지털 기반으로 개인화된 탐색과 선택을 제공하는 반면, 전통 여행사는 소비자 이탈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측은 “기존 하나팩 2.0을 넘어 세분화된 테마형 ‘하나팩 3.0’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내맘대로 항공+호텔, 현지투어플러스 등 자유여행과 패키지를 접목한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30 전용 ‘밍글링 투어’, 5060 전용 ‘다시 배낭’ 등이 연령별 니즈에 맞춘 대표 사례다.
모두투어는 세미패키지 확대 및 지역별 맞춤형 기획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인플루언서와 공동기획하는 ‘콘셉트투어’가 큰 반응을 얻고 있으며, 최근 출시한 MLB·NBA 직관 상품은 500만~700만원대 고가에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디지털 전환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나투어는 업계 최초로 멀티 AI 에이전트 ‘하이(H-AI)’를 도입해 상품 탐색부터 예약 상담까지 AI 기반으로 전환했다. 기존 챗봇 대비 이용률이 1000% 이상 증가했고, 추가 도입 이후 190%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내부 IT조직과 외부 파트너 협업으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고객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큐레이션과 추천 알고리즘 기능을 순차 도입 중이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패키지 모델의 구조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모두투어는 여행 본연의 즐거움을 강조한 상품 리뉴얼과 함께 호텔, 로컬 액티비티, 미식 체험 등 현지 콘텐츠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하나투어 역시 AI 기반 큐레이션 및 고객 중심 플랫폼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행업계는 여름 성수기와 추석 연휴 등으로 반등 여지는 있지만 구조 전환 없인 일시적 실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 여행 전체 여정에 걸친 경험 관리, 현지 콘텐츠 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패키지 여행의 회복은 어렵다”며 “플랫폼 전환과 유연한 설계 역량이 생존 조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