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두번째 MRO 사업으로 수주한 ‘USNS YUKON’함 [출처=한화오션]](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4790_679460_3540.jpg)
미국 해군의 연간 20조원 규모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 조선업계 전반이 수혜 확산을 위한 전방위 채비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시장 진출을 선도하는 가운데,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중형 조선소와 지역 기자재업체의 발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조선산업 전반에 재도약의 기회가 펼쳐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단일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 단위로 미국 MRO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대형 조선소의 입찰 참여, 중형 조선소의 진출 준비, 지역 협력사의 클러스터 참여가 맞물리며 산업 전체가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를 미국 MRO 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고, 시범사업으로 3척 정비를 목표로 입찰에 참여했다. 수주 즉시 착수할 수 있도록 도크를 확보하고, 국내 협력업체와의 MOU도 이미 체결했다. 미국 7함대 정비를 시작으로 미 본토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정비사업을 수주하며 미 해군 MRO 사업의 첫 포문을 열었다. 이후 3월 월리 쉬라함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미 해군의 신뢰를 얻었고, 현재는 두 번째 프로젝트인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함’의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 중이다.
대형 조선소의 행보는 중형 조선소와 기자재 업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HJ중공업은 MRO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 취득을 추진 중이다.
SK오션플랜트는 최근 미국 방산기업 제너럴다이내믹스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미국 정비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도 관련 사업 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중소 조선사 및 기자재업체들은 '함정 MRO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사업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거제를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에는 한화오션, 성동조선, SK오션플랜트가 참여하며, 이들과 협력 중인 부산·경남 지역 15개 업체가 힘을 모으고 있다.
'함정 MRO 클러스터 협의체'는 향후 경쟁력 있는 MRO 사업 모델 개발, 국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협력체계 마련, 공급망(SCM) 확충 등에서 공동 협력할 계획이다.
지자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경상남도는 최근 '경남 함정 MRO 특화단지 조성 계획(2025~2029년)'을 수립하고, 중앙정부에 500억원 규모의 국비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도는 조선도시 거제를 중심으로 MRO 신산업을 육성하고, LNG 운반선 이후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과도 연계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함정 MRO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77조원, 2025년에는 약 8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은 연간 20조원으로 최대 규모를 차지하고 있어 K-조선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글로벌 정비 허브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MRO 산업은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 효과가 커 수주 확대는 지역 중소기업과 기자재 업체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K-조선이 가진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산업 전반으로 수혜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