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pc삼립 홈페이지]
[출처=spc삼립 홈페이지]

SPC삼립 시화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촉발된 유통 대란이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일시적으로 공급된 지역 수제 베이커리 버거번이 소비자들에게는 의외의 만족을 주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따라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가 드러난 만큼, 기존 대량 생산·납품 중심의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경기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은 지난 19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을 받고 전면 가동을 멈췄다. SPC삼립은 국내 양산빵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버거 프랜차이즈에 납품되는 번의 상당량이 이 공장에서 생산돼 왔다.    

버거번은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고 상온 보관이 필수인 제품이기 때문에 해외 수입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롯데리아 등 주요 브랜드는 기존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부 지역 점포에서 수제 베이커리와 협업해 한정 공급을 시도하고 있다.

물량은 공장 생산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수제로 만든 버거번이 오히려 맛과 품질 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소비자 평가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뜻밖의 프리미엄 체험 기회'라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는 평소 브리오슈번, 통밀번 등 빵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 '버거번 옵션 변경' 기능을 운영해 왔는데 이번 사태로 일부 매장에 수제번이 비상 적용되면서 별도 비용이나 선택 절차 없이 수제 번으로 바꿔 먹는 '자동 옵션 변경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제번이 적용된 프랜차이즈 버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제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버거 프렌차이즈 측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버거번 납품 요청을 받았다"며 "일단 열흘 정도 공급하기로 했고, 길어지면 보름 정도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식품업계는 대량 생산·납품 중심 구조의 취약성은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는 지역 수제 베이커리와의 협업을 통해 비상 공급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존 공장 중심 대량 생산 체계에서 하루 수십만 개 단위로 납품되던 물량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번 사태는 전국 가맹점에 동일 제품을 일괄 공급하는 중앙집중형 유통 구조가 갖는 불안정성과 리스크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유통 구조 자체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 업계와 학계에서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공급망에서 벗어나, 가맹점별 수요에 맞춘 로컬 맞춤형 공급 모델로의 전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 대응에 그칠지 아니면 식품 유통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유통학회 관계자는 "가맹점별 수요와 지역 자원을 연계한 유연한 공급망 체계가 이번을 계기로 시장에 뿌리내릴 가능성도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수제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업은 단순 대응이 아닌 산업적 실험으로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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