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 조선소 도크에서 건조되고 있는 컨테이너선 [출처=진명갑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5232_679979_4335.jpg)
이례적이다. 조선업계에서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 것. 이 숫자는 조선 업계 안팎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당긴다.
HD현대삼호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9664억원, 영업이익 365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18.6%로, HD현대 그룹 조선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영업이익률 19%의 비밀이 궁금했다.
지난달 23일, 전라남도 영암. 흐린 날씨 속에 영암만의 '해무(海霧)'를 뚫고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HD현대삼호 조선소.
무게만 수천 톤에 달하는 철의 거함들이 줄지어 건조되고 있는 이 현장은, 겉으로 보기엔 여느 조선소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발을 들이는 순간, 이곳이 ‘조선업계 영업이익률 1위’의 비밀을 간직한 곳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체감할 수 있었다.
■ 끊김 없는 흐름…‘물류 동맥’이 만든 고효율 구조
야드에 들어선 지 단 몇 분 만에 인상적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막힘 없는 물류의 흐름’이다.
이 조선소는 330만㎡의 넓은 부지에 신호등은 없다. 그럼에도 야드 내 도로를 통해 거대한 중장비와 대형 트럭들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었다.
대형 운송 장비 양옆과 앞에는 헬멧을 착용한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직접 자전거로 중장비 옆을 따라 달리는 모습은 이 조선소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실천이다. 자전거를 타고 중장비와 함께 움직이는 직원들은 중장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며,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현지 관계자는 “조선소 내부의 물류 이동을 막힘 없이 설계한 것이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핵심”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삼호중공업은 선박 제작에 필요한 자재의 투입 동선, 각종 설비의 배치, 도로와 작업장의 경계까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설계했다. 무작위로 배치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모든 물류 흐름은 시간 단위로 계산된 공정 안에서 이뤄진다.
![선박 건조를 위한 자재들이 정리된 '야드(Yard)' [출처=진명갑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5232_679981_4441.jpg)
■ “복잡함은 없다. 철저한 질서만이 있다”
물류 다음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질서정연한 야드였다. 용접봉부터 강재 블록, 도장 재료까지 마치 정규군 병력처럼, 각종 기자재가 구획별로 정확히 분류돼 정렬돼 있었다.
‘조선소는 혼잡하다’는 오랜 고정관념은 이곳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HD현대삼호 조선소는 단순한 시각적 정돈이 아니라, 작업 효율성과 안전성, 납기 대응력까지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반이 되고 있었다.
여기에 AI,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기술이 투입되며, 실시간 물류·장비 관리 체계까지 구축됐다. 그 결과, 선박 한 척이 건조되는 대규모 공정 속에서도 작업 간 간섭 최소화, 자재 이동 거리 단축, 안전사고 리스크 감소라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조선소의 정리정돈은 작업자의 안전이라는 HD현대삼호의 철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현장 관계자도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조선소 정리가 수익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직접 밟아본 기자의 눈에도 이 조선소는 단순한 생산공장이 아니라, 정밀하게 조직된 ‘유기체’처럼 느껴졌다.
커다란 배가 만들어지는 공정 하나하나가, 수많은 인력과 장비, 이동 수단과 맞물려 질서정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는 최소화되고, 이는 고스란히 수익성으로 연결됐다.
질서정연한 야드. 그 위에서 HD현대삼호의 ‘철의 도시’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영업이익률 19% 비밀을 품은 'HD현대삼호' [출처=진명갑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5232_679992_593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