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출처=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출처=대한항공]

한진그룹이 상법 개정을 앞두고 조원태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조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달 15일, 663억원 규모의 자사주(44만44주, 지분율 0.66%)를 오는 8월까지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해당 조치가 구성원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와 시민단체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확보하려 했다는 비판이다. 한진그룹의 편법 행위가 되레 상법 개정 추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진칼의 사내복지기금 수혜 대상은 직원 25명에 불과하며, 이들의 평균 연봉은 1억3200만원 수준이다. 이들에게 663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출연한 것이 단순한 복리후생 목적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조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편법적 수단이라는 평가다. 

이번 자사주 출연으로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20.09%에서 20.75%로 상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배주주인 조 회장만 이득을 보고 일반주주의 가치가 침해된다는 점이다. 지난 2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을 골자로 한 '밸류업' 계획과 달리 주주 가치 보호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자사주 남용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자사주를 취득한 즉시 미발행 주식으로 간주해 의결권을 박탈하며, 자사주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민주당도 대선 공약을 통해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제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진칼 사례처럼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한진칼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서둘러 자사주를 활용했다는 의구심을 받는다.

한진칼 관계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은 통합관련 인력 규모 확대에 대비 업계 표준에 부합하는 복지제도의 운영 차원이다”며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추가 취득으로 주가가 급등해 출연 금액이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회사가 투입한 금액은 176억원(44만주)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내복지 기금이 수취하는 배당으로 직원복리에 사용하게 되면  연 1.3억원 규모로 과도하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한진칼은 지난 2월 선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과 다르게 스스로 주주 권익 보호를 거스르고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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