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김석동 의사회 의장 [출처=한진칼·예금보험공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6546_681487_496.jpg)
한진칼 이사회가 본연의 감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석동 사외이사가 그 중심에 있다.
16일 한진칼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석동 이사회 의장은 지난 2020년 선임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특정 안건에 반대하거나 경영진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의 핵심 역할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이사회 의장은 외부의 시각에서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검토와 감시를 통해 주주 이익과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자리다. 특히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의 일방적 판단을 견제하고 주요 투자자 및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중대한 책무를 맡는다. 그러나 김 의장의 행보는 이러한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된다.
김 의장은 고위 관료 출신으로 과거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재정경제부 제1차관 등을 역임하며 경제·금융·행정 분야에서 폭넓은 경력을 쌓아왔다. 이에 이사회 의장로서 기업의 경영 판단에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실제 지난 2020년 한진칼의 사외이사로 추천될 당시까지 조원태 회장과 어떤 인연도 없었다. 김 의장 추천은 조 회장의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됐다.
한진칼 측도 김 의장에 대해 "금융, 행정 분야에서의 균형 잡힌 경력을 토대로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주주 관점에서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통찰력 있는 의사결정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기대효과는 물거품이 됐다. 김 의장은 지난 4년간 이사회 내에서 실질적인 개입이나 견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연간 약 7300만원에 달하는 보수만을 받아 왔다. 단순히 이사회 및 회의 참석 등 수동적인 역할 수행에 그쳤다는 평가다.
한진칼은 지난달 자기주식 0.66%(약 663억원)를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출연했다. 경영권 분쟁에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경영진의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사회는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의사결정이라는 다수의 평가에도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에 따라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자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비합리적 경영 의사결정을 통제해 기업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이를 통해 기업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한진칼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는 의문부호에 그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진칼의 복지기금 출연은 많은 상장사들이 악용해온 지배권 방어 목적의 기부행위와 같은 취지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이라고 보인다”며 “차기 정부에서 일반주주 보호 위해 상법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