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사옥 전경. [출처=효성]](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6968_681966_1016.jpg)
한진칼 주가가 다시 출렁이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 당시 조원태 회장 측에 간접적 우군으로 작용했던 숨은 투자자들의 셈법도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효성은 한진칼의 지분 0.6%를 보유한 숨은 소수주주로 대외적으로 '재무적 투자'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략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 2022년 8월 유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통해 한진칼 지분 0.48%를 인수했다. 이는 반도그룹이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나며 매물로 내놓은 지분을 블록딜로 인수한 것. 이후 2023년 10월에는 3만7500주를 추가 매입해 보유 지분율을 0.6%까지 끌어올렸다.
투자 규모는 총 230억원 수준이며, 현재 보유 지분의 평가차익은 239억원에 이른다. 유진자산운용 펀드를 통한 차익이 221억원, 추가적인 매입을 통해 약 18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한진그룹 우호지분으로 추정되는 일반기업 주주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총 33.5% 수준이다.
이 중 대신자산운용의 '대신 코어그로쓰 일반사모투자신탁'과 유진자산운용의 '유진 그로쓰 스페셜 오퍼츄니티 일반사모투자신탁1호' 등 두 펀드를 통해 확보된 지분은 약 9%에 달한다. 이 펀드에는 효성을 비롯해 △SK에너지 △현대차 △기아 △삼구아이앤씨 △이마트 △현대오일뱅크 등이 출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의 한진칼 투자 배경에는 지난 2020년 조원태 회장과 KCGI(강성부 펀드) 간의 치열한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당시 조 회장은 델타항공, 카카오, LX판토스 등과 함께 연합 전선을 구축하며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효성은 지분을 직접 인수한 주체는 아니지만, 백기사 지분을 보유한 유진자산운용 펀드에 자금을 대며 간접적으로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러한 맥락에서 효성의 투자는 수익 추구는 물론, 주요 그룹 간 관계 정립 및 전략적 제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특히 항공·물류 산업과 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효성 입장에선 항공운송을 활용한 글로벌 사업 확대 가능성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출처=한진칼]](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6968_681969_1049.jpeg)
현재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조 회장 체제가 안정된 이후, 주가가 고점을 찍고 다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보유 지분 대부분이 평가이익을 실현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 여기에 유진자산운용의 펀드 만기가 오는 8월 말로 다가오고 있는데 다 효성도 최근 연결 기준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미 목표 수익률을 초과한 상황이라 지분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블록딜 형태로 조용히 정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효성이 당장 보유 지분을 매각할지는 불확실하다. 투자 지분이 펀드에 묶여 있는 만큼, 효성이 단독으로 매각을 주도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진그룹과의 관계 설정이나 재무·사업 전략 측면에서의 접점을 고려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그룹의 항공·물류 네트워크와 효성의 글로벌 공급망이 맞물릴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산업계 관계자는 "효성의 유진자산운용 펀드를 통한 간접 출자 방식은 당시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주요 그룹 간 관계 정립이나 미래 협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었을 수 있다"며 "사업적 연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목표 수익을 넘어선 상황에서 타 기업과 함께 지분 정리 가능성은 열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당시 빈소를 찾아 조문하며 "고인은 잘 모르지만, 조현준 회장(故 조석래 회장의 장남)과의 관계가 있어 애도를 전하러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