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갈등이 법적 충돌로 격화되고 있다. [출처=EBN]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갈등이 법적 충돌로 격화되고 있다. [출처=EBN]

'곰표맥주'를 둘러싼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갈등이 법적 충돌로 격화되고 있다.

상표권 계약 종료 이후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대한제분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절차에 돌입했고, 세븐브로이는 경영난 속에서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하며 대응에 나섰다.

대한제분은 1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세븐브로이의 지속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손해도 발생했다"며 "이에 따른 민사 손해배상 청구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양사의 협업은 2020년 '곰표 밀맥주'의 출시로 시작됐다. 당시 수제맥주 시장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콜라보였지만, 3년 기한의 상표권 라이선스 계약이 2023년 3월 종료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대한제분은 제주맥주와 함께 '곰표맥주 시즌2'를 출시했고, 세븐브로이는 이에 반발해 상표권 침해와 레시피 유출을 주장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대한제분은 이와 관련해 "상표권 계약 종료 이후 곰표 상표는 더 이상 세븐브로이의 것이 아니며, 레시피 또한 받은 적이 없고 제조에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제맥주 침체와 무리한 설비투자로 세븐브로이의 경영상 위기가 심화됐을 뿐, 당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세븐브로이도 공식 입장을 내고 대한제분의 주장에 반박했다. 세븐브로이는 "계약 종료 후 2년 넘게 원하지 않는 분쟁이 지속돼 왔다"며 "곰표맥주 관련 재고 손실 피해액만 25억 원에 달하며, 이로 인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섭 세븐브로이 사외이사는 "현재 상황은 소규모 사업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청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세븐브로이 측은 소송비용 부담도 큰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대한제분과의 두 건 소송에 대형 로펌들이 대응 중이지만, 우리는 변호사 선임비조차 없어 막막한 처지"라며 "담당자 한 명이 전부를 감당하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상표권 종료 이후 곰표맥주 재출시가 정당했는가' '레시피 유출이 있었는가' '재고 소진을 둘러싼 계약 해석은 어떻게 되는가' 등이다.

대한제분은 "정당한 계약 종료 후의 행위였고, 레시피나 원재료에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며 세븐브로이는 "제조사 변경과정에서 피해만 떠안게 됐다"고 맞서고 있다.

세븐브로이가 앞서 제기한 '곰표맥주 시즌2' 판매금지 가처분은 법원에서 자진 취하된 바 있으나, 이번에 양측 모두 정식 민사소송 절차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법적 판단을 받게 될 전망이다.

곰표맥주는 1952년부터 밀가루 브랜드로 사랑받아온 대한제분의 전통 상표 '곰표'를 활용한 협업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협업의 성공을 넘어, 국내 수제맥주 업계의 '상표권 분쟁'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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