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5388_680161_2740.png)
세븐브로이를 비롯한 일부 수제맥주 기업들이 무리한 외형 확장과 방만한 설비 투자를 단행하면서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 특히 상장을 앞두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앞세워 투자자를 끌어들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먹튀’ 의혹에 휩싸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세븐브로이는 전북 익산에 3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맥주 공장을 설립했다. 대한제분과 협업한 ‘곰표 밀맥주’가 흥행하면서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 결과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익산공장의 가동률은 12% 수준에 그쳤고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70% 이상 급감한 124억원, 영업손실은 62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외형만 키운 무책임한 경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븐브로이는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세븐브로이의 주권 매매거래도 정지됐다. 기간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일까지다.
특히 세븐브로이는 2023년 코넥스 시장 상장 직후 5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시초가 기준 고평가 논란과 함께 막대한 설비 투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주식 발행이 투자자를 현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증권가는 세븐브로이를 포함한 수제맥주 기업 전반의 재무건전성과 지속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제맥주 업계 1위인 한울앤제주(구 제주맥주)는 상장 당시에 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업계 인지도와 맥주 제조 기술력을 인정 받아 국내 최초로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기업 특례)’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 2021년에 영업손실 72억원, 당기순손실 82억원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영업손실 104억원·당기순손실 124억원,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48억원·당기순손실 209억원을 기록했다. 결국은 한울앤제주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과도하게 덩치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는 수제맥주 기술자 이탈로 인한 반등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점이다. 실제 과도한 설비 투자로 재정이 악화되자 수제맥주의 정체성을 지켜온 핵심 기술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 품질 저하를 넘어 신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있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업계는 설비 투자에만 치중한 결과 본질인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놓쳤다”며 “이제는 내실을 다지는 전략 없이는 시장에서의 재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확장 후유증은 외부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 간 갈등 역시 무분별한 경영 판단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산공장 설립 당시 세븐브로이는 ‘곰표 맥주 시즌2’ 독점권 확보를 자신하면서 대한제분과의 재계약을 낙관했지만 경쟁입찰에서 탈락하면서 분쟁이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세븐브로이는 상표권 계약 종료에 따라 발생한 손실 68억원을 대한제분에 요구했고 공정거래법·하도급법 적용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없었고 손해배상 요구 역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A변호사는 “세븐브로이와 체결한 계약은 전형적인 상표 사용 계약으로 세븐브로이는 ‘곰표’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대가로 로열티를 지급해왔다”면서 “이는 단순한 라이선스 계약으로 제조 위탁이나 원청·하청 구조가 전제되는 하도급법 적용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약 체결 당시 3년간의 사용 기간을 명확히 정했고 계약 만료 이후에는 각자의 판단과 경영 전략에 따라 자유롭게 새로운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상표권자는 누구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지 정할 권리가 있고 이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