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곰표 밀맥주’를 놓고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갈등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와 곰표 밀맥주 상표권 계약을 해지한 가운데 세븐브로이가 계약 해지에 따른 책임을 대한제분에 물으면서다. 특히 세븐브로이는 하도급법·공정거래법 적용과 수십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양사 간 정당한 계약 종료에도 불구하고 세븐브로이가 무리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븐브로이 개발·마케팅비 요구…변호사 "인과관계 없어 배상 책임 어려워"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곰표 밀맥주’ 논란은 2023년 3월 촉발됐다. 당시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와 계약을 종료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제주맥주를 곰표 밀맥주 제조사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대한제분과 자연스레 계약 연장을 염두에 둔 세븐브로이는 계약이 갑자기 종료되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거론된 손해배상 액수는 68억원이다. 여기에는 곰표 밀맥주 개발에 투입된 13억원, 마케팅 비용 9억원, 저장주 폐기에 따른 손해 25억원도 포함됐다. 사실상 계약 종료에 따른 모든 책임을 대한제분 측에 돌린 것이다.

세븐브로이의 이 같은 주장에 이번 사안에 정통한 A변호사는 ‘인과관계’를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범위 산정 시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에는 사실적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법률적 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

A변호사는 “세븐브로이가 주장하는 손해들은 상표 사용 계약 종료와는 무관하게 해당 계약이 존속되는 동안 세븐브로이가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하한 비용”이라며 “법률적으로 대한제분의 계약 갱신 거절 행위와는 ‘상당인과관계’ 없는 손해에 해당해 배상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A변호사는 곰표 밀맥주 개발에 투입된 13억원의 경우 상표 사용계약 이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라고 봤다. 곰표 밀맥주 판매 시 사실상 모든 매출과 이익이 세븐브로이에 돌아가는 만큼 제품 초기 개발 비용 부담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실제 세븐브로이는 제품 개발 이후 3년간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대한제분이 상표권 로열티로 3년간 세븐브로이로부터 받은 금액은 12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로열티는 매출액의 1.5%에 불과했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가 곰표 밀맥주로 상당한 매출고를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기준 중 별도의 로열티 재계약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비용도 마찬가지다. 제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비용은 대한제분과의 상표 계약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 발생한 비용을 말한다. A변호사는 “세븐브로이가 본인들의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입한 비용”이라며 “이 사건 계약 종료로 인해 발생한 비용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쟁점은 저장주 폐기 비용이다. 세븐브로이는 계약 종료로 인해 270만캔 분량의 저장주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대한제분이 완제품만 재고로 인정하고 이미 생산한 저장주를 캔에 담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수백톤의 저장주를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달리 실제 세븐브로이는 상표 사용 계약 종료 후 자체 브랜드인 ‘대표밀맥주’에 저장주를 포장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 “대한제분과의 상표 사용 계약 만료로 인해 저장주를 폐기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도급법·공정거래법 적용 주장에 …변호사 "대한제분, 시장지배적 사업자 아냐"

이 밖에 세븐브로이 측은 대한제분과의 계약이 사실상 하도급 계약에 해당하고,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도급법 적용이 거론되는 이유는 첫 번째 상표권 계약 이후 1년 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는 수출용 맥주 납품 관련 조항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B변호사는 단순 수출용 맥주 납품 관련 조항 삽입을 하도급 계약으로 보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B변호사는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에게 수출용 곰표 밀맥주 제품을 공급한 건 ‘단순 구매계약’으로 하도급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와 계약을 종료한 것을 두고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해 거래를 거절한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B변호사는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위 남용은 단독 또는 다른 사업자와 함께 특정 시장에서 주요 거래 조건을 결정·유지·변경할 수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만 적용된다. 실제 대한제분은 맥주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지위 남용·거래 거절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아울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업자는 계약을 갱신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결정할 자유’를 가진다. 또 ‘판단·결정에 정당한 사유나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한제분에 따르면 세븐브로이의 계약상 자동갱신 조항이나 갱신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세븐브로이는 계약 만료 약 4개월 전부터 계약 갱신 의사를 밝히지 않고 ‘곰표맥주 시즌2’를 출시하기 위해 경쟁입찰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대한제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곰표 맥주 경쟁입찰 당시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익산공장 건립 등 100억~200억원을 투자했는데 계약을 다른 업체에 넘긴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