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

이색 협업과 감성 마케팅으로 한때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수제맥주가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히며 급격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업계 1세대 격인 세븐브로이를 비롯해 제주맥주(현 한울앤제주) 등 대표 기업들이 연이어 실적 악화에 직면하면서 ‘수제맥주 붐’이라는 화려함 뒤에 가려졌던 불편한 진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세븐브로이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세븐브로이가 코넥스에 상장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세븐브로이는 2020년 대한제분과 협업해 ‘곰표 밀맥주’를 선보인 이후 완판 행렬을 이어가면서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선도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홈(Home)술 열풍 속에 수제맥주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세븐브로이의 실적은 우상향했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 이후 외식 수요 급증, 하이볼·위스키 등 소비자의 주종 선호가 분산되면서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 매출은 2022년 320억원에서 2023년 12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84억원까지 떨어졌다. 2년 새 70% 이상 감소한 셈이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90억원, 170억원으로 현재는 존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업계 1위 한울앤제주(구 제주맥주)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내 최초로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특례)’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던 한울앤제주는 지난 2021년부터 최근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수요 부진과 원가 상승으로 인해 뚜렷한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의 실적 악화는 ‘이색 마케팅’에만 의존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븐브로이의 ‘곰표 밀맥주’ 이후 말표 흑맥주, 2080 맥주 등이 타 업종 브랜드와 결합한 ‘콜라보 맥주’를 잇따라 출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콜라보 제품은 한정 판매, 이벤트성 출시에 그치면서 충성 고객을 확보하거나 브랜드 자산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수제맥주 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기보다는 기존 유명 브랜드에 기대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 충성도를 키우기 어렵고 브랜드 정체성이 불명확해져 제품이 아닌 ‘마케팅 이슈’로만 소비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편의점 중심의 판매 구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편의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홈술 트렌드를 주도한 주역으로 통한다. 실제 GS25의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2022년에 전년 대비 76%에 달했지만, 엔데믹을 맞은 2023년 0.3%, 2024년에는 0.1%로 급감했다. 맥주 카테고리 중 수제맥주 매출 비중도 2022년 6.7%에서 2024년 2.4%로 줄었다.

이 밖에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위스키, 하이볼, 와인 등 다른 카테고리로 옮겨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산 맥주의 복귀도 시장 위축에 한몫했다. 지난 2019년부터 확산된 ‘노 재팬(No Japan)’ 운동이 잦아든 이후 일본 맥주가 다시 주요 유통 채널에 활발히 입점하면서 기존 수제맥주 소비층 일부를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사히, 삿포로 등 일본 브랜드의 판매량은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수제맥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짝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후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쟁 주류에 밀린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수제맥주는 개성 있는 맛과 독립 브랜드 정체성으로 소비자와 연결됐지만 이후에는 협업 중심 마케팅이 반복되며 차별성과 브랜드 충성도를 잃어갔다”며 “지속 가능한 수제맥주 산업을 위해선 ‘브랜드 가치 중심’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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