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노동자. [출처=연합]
건설 노동자. [출처=연합]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지며 올해 1분기 건설공사 실적이 작년 동보다 20% 넘게 급감,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이 발표한 '상반기 건설지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기성은 26조86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조2172억원(21.2%) 줄었다. 

건설기성은 현재 진행 중인 공사의 실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현행 지표로, 감소율이 20%를 넘은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3분기(24.2% 감소) 이후 처음이다.

건설기성은 지난해에도 분기별로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4.0%, 3.1% 감소했고, 3분기에는 낙폭이 9.1%로 확대됐다. 4분기에는 9.7%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하며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실적 악화는 민간 건축 경기가 침체한 데다, 공공 부문 중심의 토목 경기마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박 실장은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등에 따라 공공물량이 전체 건설경기 부진 일부를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공공과 민간, 토목과 건축 전체 부문에서 큰폭의 감소세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건설기성의 급감은 건설업체들의 단기 실적 악화뿐 아니라 고용 위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건설수주·건축허가·착공 면적 등 선행 지표들까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경기 회복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4월 기준 건축허가(연면적)는 전년 동기 대비 21.4%, 건축착공은 22.5% 각각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건설수주도 4.3% 줄었다. 이는 건설 수요와 시장 심리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한국은행도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가 -11.3%, 하반기 -1.1%를 기록해 연간 기준으로는 6.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13.2%)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의 본격적인 반등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V자 반등이 아닌 완만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의 체감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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