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출처=GS칼텍스]
호르무즈 해협 [출처=GS칼텍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 국내 정유업계가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가는 초대형 해상 물류 요충지로,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대부분이 이 경로를 통해 들여온다. 

정유업계는 당장 유조선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급등으로 번질 경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대한석유협회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 유조선은 정상 운항 중이며 정부와 함께 운송 상황과 국제 유가를 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내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2024년 기준 71.5%에 달한다.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운송된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UAE 등 주요 산유국들이 이 해협에 직접 연결돼 있어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대체 수송로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유업계는 정부와 함께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현재까지 유조선은 정상 운항 중이며, 지난 4월 기준 국내에는 약 207일분의 석유 비축분이 확보돼 있는 상태다. 단기 수급 차질에는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셈이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가가 단기간 급등할 경우 소비 위축과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져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봉쇄가 장기화되거나 지역 확전으로 번질 경우 전 세계 원유 수급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업계는 유사시를 대비해 대체 수입선과 유종을 확보하는 한편, 국제 유가 및 해상 운송 상황을 24시간 체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석유 수입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최악의 리스크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정제마진이 악화되면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당분간 국제 유가 흐름과 이란의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까지는 유조선 운항에 이상이 없지만, 업계와 정부는 '전면 봉쇄'와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대비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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