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69311_684729_720.png)
이재명 정부의 대출 규제 지침에 국내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초강도 금융 규제에 강남권 아파트 매수심리는 두 달여 만에 급속히 식었고,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이주비 대출 제한으로 추진력에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진정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거래 절벽과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 강남 4구 매수심리 ‘급랭’…대출 규제에 수요 위축
4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매매수급지수에 따르면, 6월 다섯째 주(6월 30일 기준)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의 지수는 108.8로, 전주(111.2)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7주 연속 상승하던 지수가 꺾인 것은 지난 5월 초 이후 처음이다.
강남 4구를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였던 매수 심리가,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급격히 냉각된 모습이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에게는 LTV(담보인정비율) 0%를 적용했다. 또 생활안정 목적 대출은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사실상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 7월부터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도입돼 자금 조달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밝혀 향후 매수 심리가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점처진다.
이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 기간 발표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 상승하며 8주 만에 처음으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전주(0.43%)에 비해 0.03%p 축소된 수치다.
특히 강남 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상승을 주도하던 지역에서 변화가 감지되며, 정부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매수급지수란 수요와 공급 비중을 수치화한 지표로, 기준선(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음을, 이하면 그 반대를 뜻한다.
■ 정비사업 '이주비 쇼크'…추가 이주비는 부담
정비사업장에는 대출 규제의 여진이 더욱 거세다. 핵심은 이주비 대출 제한이다.
이주비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이 기존 주택 철거 후 임시 거처 마련, 또는 세입자 보증금 반환에 활용하는 필수 자금이다. 이번 정부 방침에 따라 1주택자의 이주비는 최대 6억원, 다주택자의 경우는 사실상 전면 제한됐다.
문제는 사업 단계별로 적용 여부가 갈린다는 점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구역은 예외지만, 한남2구역, 개포주공 5·6·7단지, 노량진1구역 등 일부 주요 사업장은 이주를 앞두고도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일부 조합은 건설사가 제공하는 '추가 이주비' 활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공사가 조합에 사입촉진비 명목으로 제공하는 자금으로, 정부 규제의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문제는 금리가 매우 높아, 조합의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최근 일부 사업장에선 6%대 금리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시중은행 이주비 대출(3~4%)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 전문가 "거래 급감 우려…정책 보완 불가피"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의 단기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거래절벽과 공급 지연이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대출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지만, 정비사업 위축으로 인해 결국 중장기적 공급 감소가 우려된다'며 "이주비 대출 등 핵심 실수요 자금에 대한 세밀한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4일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도 이주비 관련 언급을 제외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당분간 정책 유연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대출이 조이자 심리가 멈췄고, 정비사업은 추진력을 잃었다.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