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출처=EBN]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출처=EBN]

일명 '수도권 반도체 벨트'로 불리는 경기 용인·화성·평택 지역 부동산 시장이 기로에 섰다.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교통 인프라 확충 등으로 개발 호재가 잇따르지만, 신규 공급 물량 증가로 인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공급 확대…"호재 따라 분양도 속도"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수도권 반도체 벨트를 따라 대규모 분양이 예고돼 있다. SK하이닉스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된 용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위치한 평택, 시스템반도체 거점 도시로 떠오른 화성 등이 대표 공급지다.

이들 지역은 GTX·KTX·SRT 등 광역 교통망 확충과 함께, 교육·의료 인프라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직주근접, 교통 편의, 생활 인프라가 맞물리면서 실수요자들의 주거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시장 흐름도 이를 반영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평택시 전용 84㎡ 기준 최고가 거래 상위 10건은 모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단지에서 나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반도체 산업은 고임금 기반의 양질의 일자리를 유발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관련 거점 도시는 구조적으로 주거 수요가 뒷받침된다"며 "단순한 개발 호재가 아니라 산업기반 중심의 수요 증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입주 폭탄과 투자 둔화, '숨 고르기' 가능성도

다만, 시장 상승세가 단기간 내에 가시화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한 공급 부담과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집값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용인·화성·평택 일대에는 수만 가구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이에 전세 물건은 시장에 대거 풀리고, 매물 적체로 인해 단기적인 가격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흐름은 경매 지표에서도 감지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 결정 건수는 3만364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 감소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의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9008건으로, 2014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화성시가 8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원시(776건), 평택시(747건), 용인시(594건) 등 주로 반도체 벨트가 포함된 경기 남부 지역에 경매 신청이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 둔화에 따른 투자 위축,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차주 부담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한다. 

한 건설업 전문가는 "산업의 중장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투자와 인구 유입이 둔화되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가치 하락 우려로 이자 상환을 포기한 사례가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 전문가 "산업·수요·공급의 균형이 변수" 분석

전문가들은 결국, 반도체 벨트 부동산 시장의 향방은 산업 성장성과 입주 수요, 공급 물량의 균형 여부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망 구축 등 호재는 장기적으로 자산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입주 물량과 시장의 유동성 상황에 따라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해져서다.

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단기 가격 흐름보다는 산업 기반과 인프라 확장성, 정책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할 시점"이라며 "정책·금리·입주 리스크를 관리하며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