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상징과도 같았던 패션업계 ‘역시즌 마케팅’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상 기후와 소비 트렌드의 급변이라는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패션업계의 시즌 전략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출처=픽사베이]](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069_685620_3158.jpg)
한여름의 상징과도 같았던 패션업계 ‘역시즌 마케팅’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상 기후와 소비 트렌드 급변이라는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패션업계의 시즌 전략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과거처럼 겨울철 재고를 대량으로 쌓은 뒤 판매시즌을 교차해 여름철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실시간 소비자 반응과 날씨에 맞춰 빠르게 상품을 생산·유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기업들은 매년 7~8월 통상적으로 개최했던 역시즌 마케팅을 올해 대대적으로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역시즌 마케팅은 겨울용 의류인 패딩, 코트, 방한용품 등을 여름철에 대폭 할인 판매하는 관행을 지칭한다.
통상적으로 여름은 의류 판매 단가가 낮으며 판매율도 부진한 비수기에 속한다. 이때 기업들이 겨울철 용품을 자사몰, 백화점, 아울렛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정가 대비 최대 90%까지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인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비수기 시즌 실적을 방어하고, 소비자들로부터 트렌드 반응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됐다. 특히 하반기에 의류 공장 가동이 집중되는 업계 특성상 단순 재고처리뿐만 아니라 여름철에 미리 고가 의류를 생산·판매하는 것이 기업들의 원가 절감과 수익 방어에도 유리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역시즌 마케팅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상 기후로 날씨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진 점이다. 봄, 가을 간절기가 짧아지고 한여름 폭염, 겨울 한파, 따듯한 겨울 등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가 잦아지면서 전통적인 계절 개념에 맞춰 의류 판매 전략을 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즌 마케팅이 쇠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재고 관리와 비용 효율성 때문이다. 일단 겨울 상품을 대량 생산·비축해야만 가능한 역시즌 할인은 재고 부담과 유행 변화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 변화로 시즌을 엇갈려 의류를 판매하는 것 자체의 적중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 속도까지 빨라지면서 대량 재고 확보 자체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위험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수개월 전부터 기획해 놓은 제품이 정작 시즌에 맞지 않는 상황도 훨씬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패션기업 다수는 과거 시즌별로 진행하던 상품 기획 회의 주기를 현재 월별, 주별로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상태로 확인됐다. 과거처럼 대량 재고를 쌓아 역시즌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단기적 날씨 변화와 실시간 소비자 반응에 맞춰 빠르고 탄력적으로 상품을 생산·유통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패션 기업들은 계절에 얽매이지 않고 날씨 변화에 즉각 대응 가능한 제품군을 대폭 확대하고 출시 시기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인기 제품이더라도 이전처럼 단일 품목 과다 생산을 추진하기 보다는 소량 리오더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반응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곳도 늘고 있다.
향후 기업 내부적으로 역시즌 마케팅 계획 자체를 세우지 않는 곳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사몰이나 매장에서 역시즌 행사를 필수적으로 진행했지만 이제는 백화점, 홈쇼핑 등 일부 유통채널의 연례행사로만 남아 있다. 굳이 역시즌 마케팅을 고수하기보다 다가오는 가을·겨울(FW) 신상품과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역시즌 마케팅은 기업들의 판매 전략과 소비자들의 수요가 정확히 맞물린 덕에 고물가 장기화 추세 속에서도 관행처럼 꾸준히 유지돼왔다.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할인 상품에 민감해진 점은 여전히 유효하나,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단순 재고 처리보다 민첩한 생산·유통 체계 구축과 기후 변화 대응이 수익 방어에 더 효과적이라는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