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할 예정인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패션업계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할 예정인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패션업계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할 예정인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패션업계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채널 사용이 제한됨에 따라 대리점 기반 토종 브랜드들이 수혜 기대감에 들썩이는 반면, 직영 위주의 고가 브랜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입장에 처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소비쿠폰은 소득 수준에 따라 1차로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40만원까지 지급된다. 여기에 인구소멸 우려 지역 주민에게는 2만원이 추가되고,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에게는 10만원 쿠폰이 추가 지급된다. 쿠폰은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중 하나로 선택해 수령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 내용은 쿠폰 사용처가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으로 한정되며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온라인몰, 유흥 및 사행성 업종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쿠폰 사용 가능 매장의 범위가 명확히 제한됨에 따라 소비자 구매 행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으며, 이는 패션 산업 내에서도 유통망 유형에 따라 브랜드별로도 희비가 갈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간 본사 직영 매장을 운영하거나 백화점·이커머스 등 대형 유통망 위주로 브랜드를 입점해 온 패션 대기업들은 이번 소비쿠폰 정책에서 소외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자체가 경기 침체로 위축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소비가 대형 채널이 아닌 지역 기반 유통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전국 단위의 가두 대리점 또는 가맹점 위주로 유통망을 꾸려온 중저가 국내 중견 패션업체들에는 실질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오히려 대형 유통채널들 사용처에서 아예 제외됨에 따라, 소비 집결로 인한 추가적인 반사이익까지 누릴 가능성이 크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은 형지그룹과 세정그룹이다. 형지는 여성복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를 비롯해 ‘까스텔바작’, ‘에스콰이아’ 등 전국 1500여개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다. 세정그룹 또한 ‘웰메이드’, ‘올리비아로렌’ 등 약 1000여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이들 브랜드는 본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형지와 세정 등은 소비쿠폰 효과에 힘입어 코로나19 당시 재난지원금 지급기와 유사한 매출 반등을 점치고 있다.

실제로 이들 브랜드는 과거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확연한 매출 반등 효과를 경험했다. 형지의 경우 2020년 5월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직후 전월 대비 매출이 90% 상승했고, 세정그룹 역시 같은 기간 ‘웰메이드’와 ‘올리비아로렌’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35% 증가한 바 있다.

업계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소비자의 지출 유도를 위한 일회성 정책이지만, 유통 구조에 따라 업계 내 희비가 엇갈리는 현실은 국내 패션산업의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정책 의도와 맞물려 소외되는 분야에 대한 대안적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는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에도 재난지원금이 가장 활발히 사용된 시기에 패션잡화 업계의 매출은 11.2% 증가했으며, 이 중 5% 이상은 의류·잡화에 집중됐었다”며 “이번 소비쿠폰도 유사한 소비 흐름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긴 하나 대형 브랜드나 글로벌 브랜드들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패션업계 전체적으로 봤을 땐 유의미한 성장세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쿠폰 소비가 지역 기반 유통으로 집중될 경우 일시적이나마 내수 회복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다만 지역경제와 소상공인 중심의 내수 회복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쿠폰 활용에 있어 실질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브랜드와 채널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업계 전반의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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