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GS그룹 회장. [출처=GS그룹]
허태수 GS그룹 회장. [출처=GS그룹]

"사업 환경 변화가 엄중한 시기일수록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GS그룹 임원 회의에서 허태수 회장이 강조한 메시지다. 올해 취임 6년차를 맞은 허 회장은 디지털 전환(DX)과 인수합병(M&A)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그룹 경쟁 우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정제마진 하락, 여기에 트럼프발(發) 관세 압박까지 겹치며 전반적인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GS그룹이 하반기 경쟁력을 회복하고 성장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GS그룹은 오는 16일 하반기 임원회의를 갖는다. GS 임원 모임은 매년 1월에는 신년 인사를 겸해 한 해 경영 전략을, 7월에는 하반기 이후 그룹 경영의 큰 틀을 허 회장이 직접 발표하는 행사다.

이번 임원 회의에서는 허 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전무급 이상 임원 약 80여명이 현장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허 회장을 구심점으로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대응 △인공지능(AI)·디지털 혁신 △재무 안정성 성과 공유 △중장기 성장 동력 발굴 등이 심층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GS는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을 일정 수준 유지하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왔다. 특히 부채를 감축하며 실탄을 비축한 만큼, 앞으로의 투자 실행력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해 임원 회의에서는 GS칼텍스, GS건설, GS동해전력, 파르나스 등 4개 계열사의 DX 및 AI 기반 현장 혁신 사례가 공유된 바 있다. 올해 회의에서는 이들 사례의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물론, 다른 계열사들의 혁신 사례도 추가로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 전반으로 확산 중인 디지털 전환(DX)과 AI 신사업의 ‘깊이’와 ‘속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을 허 회장이 직접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허 회장은 취임 첫해부터 "기존 사업의 진화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에는 "현재 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한 투자와 M&A를 실행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GS그룹의 신사업 확장 속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바이오·EV(전기차) 충전·VPP(가상발전소)·신재생에너지·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다양한 청사진이 제시됐지만, 실제 외형 확장이나 시장 영향력 측면에서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구체적인 M&A 성과나 대규모 전략적 제휴가 부재한 상황에서 그룹의 신사업 드라이브가 '선 투자·후 실행' 구조에 갇힌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3년간 수차례 신사업 청사진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외형 확장이나 시장 내 실질 존재감을 입증할 만한 가시적 결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하반기 회의에서 방향성 설정은 물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올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GS그룹은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조직인 GS퓨처스와 GS벤처스를 중심으로 벤처 생태계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7월 현재 GS퓨처스는 59개, GS벤처스는 30개 기업에 투자하며 총 89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집행했다. 2023년 말 기준 67개였던 투자 기업 수가 1년 반 만에 22개 늘어난 수치다. 투자 분야 역시 AI·친환경 에너지·바이오·배터리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그룹의 미래 포트폴리오 구성과 직결되는 행보다.

허 회장은 지난달 'GS 창립 20주년 및 GS아트센터 개관 기념식'에서 "GS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해 왔다"며 "정유, 유통, 건설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창립정신인 "'변화와 도전'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 큰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밝히기도 했다.

GS그룹은 2005년 LG에서 분리돼 출범했으며, 당시 18조7000억원이던 자산은 2025년 현재 80조8000억원으로 4배 이상 확대됐다. 매출도 23조원에서 84조3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GS가 상대적으로 오너리스크 이슈가 적고 재무 구조도 탄탄한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기조로 인해 신사업 성과에 대한 외부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실행 중심의 구체적 행보가 동반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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