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CE0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엔비디아 젠슨 황 CE0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미국 정부가 3개월 만에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반도체 H20의 중국 수출을 승인했다. 미국이 중국의 AI 산업 규제를 위해 올 4월 AI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지 3개월 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 국제 공급망 촉진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뒤 더 고급 칩을 중국에 공급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지금 H20도 여전히 놀랍도록 좋지만 앞으로 몇 년 내로 중국에 판매가 허용되는 어떤 것이든 우리는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황 CEO가 전날 "미국 정부가 우리의 (H20) 수출을 승인해 출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직후에 나온 것이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AI 칩이다. 중국 딥시크도 추론 AI 모델에 H20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재 일환으로 H20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엔비디아의 손실은 커졌다.

엔비디아의 H20 재고는 1개 분기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45억달러(약 6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며 업계는 엔비디아가 기존 H20 재고 해소에 우선 중점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H20의 공급 재개로 중국의 외산 AI 칩 조달이 늘어나는 데다 향후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고사양 AI 칩의 출시가 실현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최신 제품이자 수익성이 높은 HBM3E가 탑재될 수 있는 데다 공급 물량도 전체적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출하된 H20 칩은 대부분 HBM3(4세대) 8단 제품을 탑재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HBM3E(5세대) 8단 등으로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20에 탑재되는 HBM 대부분의 물량은 SK하이닉스가 맡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일부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미국이 H20 수출을 규제하기 전까지 HBM3 제품을 엔비디아에 일부 제공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HBM3E는 아직 엔비디아로부터 품질 인증을 받지 못했다. 현재 엔비디아의 인증을 받고 HBM3E를 납품하는 업체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H20 제재가 풀렸지만 현재 재고가 많아 당장 수출 재개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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