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로이터 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839_686523_1432.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NVIDIA)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 칩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 중국 내부에서는 ‘확실한 외교적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희토류 수출통제를 지렛대로 삼은 중국의 전략이 실효성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중간 힘겨루기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H20 칩 수출 허용은 미·중 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중국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G2 협상 구도에 한발 다가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오는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좡 보 루미스세일즈 인베스트먼트 아시아 전략가는 “외교적으로는 ‘상호존중과 평등’이란 표현을 쓰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이 외교 무대에서 주도권을 쥐었다는 시그널”이라며 “중국은 이번 합의를 전략적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추이판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도 “H20 칩 수출 완화는 미국에도 이익이지만 중국에는 공급망 전반의 시너지를 자극하는 결정”이라며 “특히 중국 AI 칩 산업이 아직 기술 격차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돌파구”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바이든 행정부의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 금지 이후 성능을 낮춘 H20 칩을 제작해 중국에 공급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이마저도 금지되면서 공급망이 막혔다.
![중국 네이멍구의 희토류 광산 전경. [출처=로이터 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839_686524_152.jpg)
이에 대응해 중국은 지난 4월 7종의 중(重)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수출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자국 기업에 수출 허가를 요구하며 사실상 희토류를 전략 무기화한 것이다.
결국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차 미중 무역 협상에서 미국은 엔비디아 칩 수출 허용을, 중국은 희토류 통제 완화를 맞바꾸는 ‘딜’을 체결했고, 이번 수출 허가는 그 결과물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이번 수출 규제 완화의 핵심 배경”이라며 해당 결정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 내에서는 이번 결정이 향후 대미 전략의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미국의 첨단산업 규제에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실탄’이 효과적으로 작동한 만큼 향후 반도체·전기차·군수산업 전반에서 유사 전략이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에 통제됐던 루테슘, 사마륨, 스칸듐, 테르븀, 이트륨, 가돌리늄, 디스프로슘 총 7종의 희토류는 전투기와 전기차에 필수적인 소재로 미국 역시 대체 공급망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해 희토류 자원 국유화를 선언하고, 정제 및 유통 전 과정을 정부 통제 아래에 두고 있다. 현재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 정제 비중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전날 열린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서 “자유 무역은 글로벌 경제 성장의 필수조건이며, 관세와 무역 전쟁에 승자는 없다”고 강조하며 미국을 향한 우회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