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신세계그룹의 SSG페이·스마일페이 인수 협상을 철회했다. [출처=SSG닷컴]
카카오페이가 신세계그룹의 SSG페이·스마일페이 인수 협상을 철회했다. [출처=SSG닷컴]

카카오페이가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플랫폼인 SSG페이와 스마일페이 인수를 위한 협상에서 돌연 발을 뺐다.

약 4000억원 수준의 인수 금액과 세부 조건까지 사실상 합의했으나 본사 차원의 재검토 지시에 따라 협상이 최종단계에서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최근 신세계그룹에 쓱페이 인수 협상 중단을 공식 통보했다.

한 IB 관계자는 "최종 가격과 인력 승계 등 주요 조건까지 합의가 끝난 상황에서 카카오 본사 차원에서 인수 추진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세계그룹은 앞서 간편결제 부문을 분할한 후 지난해 토스에 7000억원 안팎으로 매각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쓱페이와 스마일페이 모두 시장 내 입지가 약화되자 매각 작업을 재개했고 올해 초부터 카카오페이와 단독 협상을 이어왔다.

카카오페이 역시 네이버페이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공격적인 확장을 모색해 왔다. 메신저 기반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외형은 키웠지만 실질적인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외부 인수를 통해 전환점을 마련하려는 전략이었다.

양측은 실사와 조건 협의를 마무리하고 계약 체결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기조에 발맞춰 카카오 본사가 대규모 AI 투자에 집중하면서 간편결제 부문에 대한 우선순위가 밀린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이달 초 보유 중이던 SK스퀘어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처분해 약 4300억원을 마련하는 등 AI 관련 자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내부 단독 판단으로 협상이 추진됐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고객 동의 없이 542억건에 달하는 신용정보를 중국 알리페이로 넘긴 사실이 적발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고 금융위원회의 제재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악재를 대형 인수로 덮으려 했던 전략이 본사의 제동으로 좌초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공식 입장을 통해 "카카오페이와 간편결제 사업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 논의를 이어왔으나 양사 간 전략 방향성 변화로 인해 협의를 중단했다"며 "기업가치 평가 등 주요 조건에 이견은 없었지만 카카오의 투자 우선순위 전략 변화 등에 따라 협업 추진에 대한 논의를 종료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체적인 간편결제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독자적 성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커머스와 페이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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