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막걸리 엑스포'에서 관람객이 진열된 막걸리를 살펴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355_687146_182.jpg)
전통주 제조 시 사용할 수 있는 농산물의 수급 범위가 넓어지면서 시장 안정성과 상품 다양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 농가와 소규모 양조업체가 구조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지난 16일 지역특산주 제조 시 원재료 수급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주 제조 시 사용할 수 있는 농산물을 '제조장 인근 지역'에서 '광역시·도 내 전체 시·군·구'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법안은 전통주 생산에 필요한 농산물을 확보하는 범위를 광역 단위로 넓혀 기후 이상으로 인한 원재료 수급난을 완화하고 생산 연속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특히 최근 집중호우·냉해·가뭄 등으로 특정 지역의 농산물 수확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동일 광역단위 내 다른 시·군의 농산물을 대체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생산 차질 우려가 줄고 제조업체들은 보다 안정적인 연간 생산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료 수급 안정성은 곧 제품 다양성과 브랜드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마다 다른 특산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신제품 전통주가 등장하고 품질 기준이 명확해지면 소비자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개정안은 주원료 사용 기준을 '대통령령 이상 비율'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지역 농산물 함량이 높은 제품만 '지역특산주'로 인정받게 된다. 이는 기존에 소량의 지역 재료만 넣고 지역 브랜드를 표방하던 사례들을 걸러내고 정체성 있는 제품 중심의 시장 정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생산 기반이 안정되면 전통주 유통 채널도 다양화될 수 있다. 온라인몰·전문점뿐 아니라 편의점, 관광지 기념품숍 등 생활 밀착형 판매 채널 진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점도 극명하다. 법안의 핵심 취지는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이지만 수급 권역이 넓어지면서 경쟁력 있는 일부 대형 생산지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평야지대 중심의 전주, 광주 등은 원가와 물류 측면에서 유리해 대량 납품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반면, 무주·진안처럼 산악지형 중심의 농가는 수급 경쟁에서 밀려 소외될 수 있다.
이는 '지역특산주'라는 이름 아래 일부 지역의 농업만 성장하고 실제로 보호가 필요한 농가는 입지가 더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전통주의 '산업화' 가속으로 인한 시장 양극화 현상이다. 수급 안정성이 확보되면 자본력과 유통망을 가진 중견 전통주 기업이 시장 확대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이들은 계약재배를 통해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전국 단위 유통망을 활용해 브랜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반면 소규모 수제 양조장, 지역 공방 등은 원료 확보 경쟁에서 불리하고 유통망 확장에도 제약이 따른다. 이로 인해 전통주 시장의 다양성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그럼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기후와 작황에 따른 공급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가격 안정성과 꾸준한 수급이 가능해지고 다양한 원료 기반의 신제품이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도 확대된다.
또한 원료 기준 강화로 실질적으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전통주만 시장에 남게 되면 믿고 마실 수 있는 '지역 술 중심 시장' 형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전통주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전통주 산업의 외연 확장과 구조 안정화를 가능하게 할 제도적 발판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법 취지가 실효를 거두려면 주원료 사용 비율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광역 수급권 내에서도 지역 편중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 균형 보완 장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소규모 양조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마케팅·판로 지원 수급 연계 중개 플랫폼 등 후속 정책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제도는 결국 대형화·자본화 중심 산업 재편으로 흐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