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조선소 전경 [출처=한화오션]](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552_687380_329.jpg)
한화그룹이 미국 조선 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했던 필리조선소가 LNG운반선 건조를 수주하며 첫 성과를 이뤘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필리조선소는 348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1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 선박은 오는 2028년 1월 31일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는 1척 추가 건조에 대한 옵션도 포함됐다.
이번 수주는 지난해 12월 한화시스템(지분 60%)과 한화오션(40%)이 약 1억 달러(1300억원)를 공동 투자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지 약 7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한화그룹은 미국 조선 산업에 발을 들이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으며, 이번 수주는 그 ‘첫 열매’로 평가된다.
미국은 자국 상선의 자국 내 건조를 의무화한 존스법(Jones Act) 탓에, 한국을 포함한 외국 조선사들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필리조선소는 한화오션이 미국 시장에 합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관문이자, 북미 현지 건조 기반 확보를 위한 핵심 거점이다.
특히 필리조선소는 인수 전까지 연간 선박 건조량이 1.5척에 불과할 정도로 생산력이 낮고 수익성 개선 여지가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없이는 흑자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번 LNG선 수주는 그런 점에서 실적 전환의 분수령이자, 향후 연쇄 수주 기대감을 키우는 촉매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이번 계약은 미국 조선소에 LNG운반선이 발주된 사례로는 1970년대 후반 이후 50년 만으로, 그 상징성과 파급력도 크다. 미국 정부가 자국산 LNG 수출에 자국 선박 이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필리조선소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한국 본사의 숙련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설비를 정비하고, 선박 설계·건조 프로세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지 직원 교육과 기술 이전도 병행하면서 품질 관리 시스템을 정립하고 있다.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교두보 삼아 미국 국방·방산시장 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부문에서는 지난해 미 해군의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과 ‘유콘(Yukon)’함을 수주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7함대 소속 보급함 ‘찰스 드류(Charles Drew)’의 정비 계약도 따냈다.
이와 함께 미 해군의 차기 군함 건조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도 병행 중이다. 핵심은 미국 소형 수상함 및 군수지원함 시장 점유율 40~60%를 확보하고 있는 호주 방산조선사 오스탈(Austal) 경영권 확보다. 한화는 현재 오스탈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으며, 경영권 확보를 위한 19.9% 지분 취득을 추진 중이다. 현재 호주 정부의 외국인 투자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 모바일과 샌디에이고 등지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 해군의 핵심 공급망으로 꼽힌다. 한화가 필리조선소와 오스탈을 동시에 운영하게 될 경우, 군용·상용 선박 모두를 아우르는 북미 조선 산업의 신흥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필리십야드는 미국에서 존스법 대상 대형 상업용 선박의 절반 이상을 건조해 온 중추적인 조선소”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LNG운반선이라는 고난도 선박 분야로의 확장을 통해 한화필리십야드의 기술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시에 한화오션의 글로벌 기술력을 미국 조선업에 접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