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 조선소 전경 [출처=한화오션]
필리 조선소 전경 [출처=한화오션]

정부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한미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조선업을 전략 협상 카드로 꺼내 들었다.

대(對)중국 견제 의지를 내비친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협력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면서, 국내 조선 빅2인 한화와 HD현대가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며 한미 협상 테이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관세 발효 시한까지 열흘 남짓을 남겨둔 시점에서 미국 측과 관세·투자·안보 분야를 묶은 '패키지 딜' 협상을 추진 중이다. 통상·외교·산업 고위당국자들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협상 총력전에 나서는 가운데, 조선업 협력이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 증액과 대미 투자 확대 요구에 대응해 한국은 함정 분야 MRO 및 기술 이전, 인력 양성 프로그램 제공을 제안하며 미 조선업 재건 의지에 보조를 맞추는 전략이다.

조선업을 고리로 한미가 손을 맞잡는 배경에는 중국의 급속한 조선업 팽창이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이 글로벌 조선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에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으며, 조선업이 단순한 산업을 넘어 해양 안보의 전략축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자국 조선업 재건을 국가안보 차원의 핵심 과제로 규정하며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한국과의 조선 기술 협력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통해 방산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과거 미국 상선의 절반 이상을 생산했던 주요 조선시설로, 지난해 말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공동 인수했다. 

현재는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과 해저암석설치선(SRIV), 컨테이너선 등을 수주한 상태며, 향후 군함 건조/정비를 위한 방산 라이선스 획득도 준비하고 있다.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십야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라이선스 승인은) 올해쯤, 어쩌면 내년께가 될 것 같다"면서 "이미 미국 해군 프로젝트에 두세 개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한화는 올해 필리조선소 생산능력 확대 및 효율화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1~1.5척 수준인 연간 선박 건조량은 2030년 최대 10척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용접 로봇, 자동화 설비 등 스마트 야드 시스템도 도입한다. 

국내에서는 조선소 내 MRO(정비·유지·보수) 역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향후 우방국향 군함 신조에 필요한 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업계는 한국에서 블록을 제작하고 미국 내 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社의 조선소 전경. [출처=HD현대 ]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社의 조선소 전경. [출처=HD현대 ]

HD현대는 미국 조선업의 생산성과 기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K-조선 DNA'의 이전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군함 건조업체 헌팅턴잉걸스(HII)와 기술협력 MOU를 체결하고, 공정 자동화와 인력 교육 등의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는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2028년까지 미국 내 조선소에서 중형급 컨테이너선 건조에 나서기로 했다. HD현대는 설계 및 기자재 구매, 블록 공급 등 건조 전반을 지원하며, 향후 LNG선·항만 크레인 등 협력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조선업 재건을 원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실질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조선업이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안보와 전략의 핵심축으로 전환된 만큼, 우리도 실질적인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