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합한 지급카드 일평균 이용 금액이 2017년보다 6.2% 증가했다. 카드 결제 증가로 현금이 아닌 전체 지급수단을 통한 결제금액은 일평균 80조원을 돌파했다.ⓒ연합
[출처=연합]

일반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속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들이 1금융권과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마지막 수단으로 단기 고금리 카드대출을 선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4.2%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인 4월(3.6%) 대비 0.6%p 상승한 수치다. 2005년 5월 5.0%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 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카드사를 분사한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을 제외한 기관으로, 광주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카드대출은 단기 현금서비스와 장기 카드론을 모두 포함한다. 한국은행은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연체율을 산정한다.

은행 카드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12월 2.8%였던 연체율은 올해 1월 3.0%, 2월 3.8%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후 3월과 4월에는 각각 3.5%, 3.6%로 다소 횡보했지만, 5월 들어 4.2%로 급등하면서 4%선을 돌파했다. 연체율이 4%를 넘은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연체율 급등 배경으로 신용도가 낮은 다중 채무자들의 몰린 자금 사정을 지적한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고금리가 겹치며 대출 상환 여력이 떨어진 차주들이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 의존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금융권도 대출을 줄이는 추세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은 자산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신규 대출 영업을 조심스럽게 운영하고 있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95조7067억원으로, 2021년 10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특히 저신용 다중채무자들의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대부분의 대출 수단을 사용한 이들이 카드대출로 최후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연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 시스템 전반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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