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를 둘러싼 인수전이 단순한 매각 거래를 넘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전략적 투자자(SI) 간의 권리 해석과 법적 책임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주도권 싸움으로 확전되고 있다. [출처=테일러메이드]](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730_687569_4527.jpg)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를 둘러싼 인수전이 단순한 매각 거래를 넘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전략적 투자자(SI) 간의 권리 해석과 법적 책임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주인공은 2021년 테일러메이드를 공동 인수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이하 센트로이드)와 국내 패션 대기업 F&F다. 두 기업 간의 이견은 결국 ‘우선매수권’과 ‘사전동의권’의 해석을 넘어 미국 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소지라는 법적 리스크까지 동반한 민감한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F&F는 지난 2021년 테일러메이드 인수 당시 후순위 지분 및 메자닌 투자 형태로 약 5580억원을 투입했다. 이때 투자 조건으로 확보한 ‘우선매수권(ROFR)’과 ‘사전동의권’은 향후 매각 시 중요한 협상 카드로 여겨졌는데, 최근 센트로이드가 GP(운용사)로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 권리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행사하느냐가 핵심 갈등의 불씨가 됐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본격화한 뒤 JP모건과 제프리스를 주관사로 지정하고 잠재 인수 후보군에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발송한 상태다. 반면 F&F는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임하고 ‘우선매수권’을 전면에 내세워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F&F가 주장하는 ‘우선매수권’은 제3자가 특정 조건으로 인수를 제안할 경우 동일 조건으로 먼저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이는 ‘거래 성사 직전 단계’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사전 협상 또는 매각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은 ‘우선협상권(ROFN)’이나 ‘거부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특히 F&F 측이 우선매수권 외에 ‘사전동의권’을 근거로 매각을 저지하려는 시도가 ‘계약상 권한 남용’이라는 반론에 부딪히고 있다. 센트로이드는 “동의권은 자본시장법상 일부 사안에 한정된다”며 GP(운용사)로서의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갈등의 불씨는 이제 F&F 김창수 회장 개인의 법적 리스크로 옮겨 붙었다. 김 회장은 F&F의 대표이사이자 테일러메이드의 현직 이사로, 이사 취임 당시 서명한 ‘이해상충방지 서약서’가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 법에 따르면 테일러메이드 이사로서의 김 회장은 회사 및 전체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할 법적 책임이 있으며, 자신이 대표하는 기업(F&F)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센트로이드 내부에서는 김 회장의 법적 의무 위반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법원이 이사의 배임 및 충실의무 위반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하는 점을 고려하면 손해배상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센트로이드 입장에서도 해결과제는 있다. 센트로이드가 제시한 테일러메이드의 5조원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성장 모멘텀을 추가적으로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일러메이드가 최근 약 3213억원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기록한 가운데,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EV/EBITDA(가치평가핵심지표) 배수인 13~16배를 기준으로 할 경우 기업가치는 약 4조2000억~5조1000억원 수준으로 산정된다. 해당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성장 동력 확보가 필수적인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 혁신적인 신제품 출시 전략,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확장 계획이 향후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특수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든 골프 산업의 현재 흐름은 테일러메이드의 중장기 성장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F&F의 권리 행사 여부, 김 회장의 법적 리스크, 그리고 센트로이드가 매각가치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향후 협상 성사의 3대 변수로 꼽는다.
일단은 F&F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테일러메이드를 직접 인수하거나, 혹은 센트로이드가 F&F의 권리 일부를 인정한 선에서 협상안을 도출해 연내 매각을 성사시키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김창수 회장의 법적 책임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경우 딜 클로징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F&F와 센트로이드 간의 분쟁은 단순한 투자자 간의 이견을 넘어 계약 해석·법적 책임·시장 기대치라는 다층적인 구조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법적 공방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한 기관투자자(LP)들의 중재 혹은 시장의 실질적 밸류에이션 하락 압력이 ‘타협’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