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출처=현대자동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통상 협상에서 4000억달러(54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미국이 체결한 무역 합의와 유사한 대가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대미(對美) 투자 펀드' 설립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논의가 전날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관세 인하를 대가로 한 대규모 투자 약속이 핵심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당초 25%로 설정된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5500억달러(75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 합의는 일본산 자동차를 포함한 수출품에도 15% 관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보잉 항공기·미국산 농산물 등 대규모 구매 약속도 포함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 협상단과의 논의 과정에서 4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제안을 공식 거론했다. 이는 일본에 처음 제시된 조건과 같은 금액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막판 협상에서 이를 5500억달러로 상향시킨 전례를 감안하면 한국에도 추가 부담이 요구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한미 협상의 핵심 쟁점은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수출품의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산 농산물, 첨단 장비, 에너지 등 특정 품목의 대규모 구매 약속을 포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백악관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협상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거부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미국 간 합의가 한국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허드슨 연구소 윌리엄 추 연구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일본이 15% 관세율을 확보한 것은 한국에 큰 부담"이라며 "한국이 동일한 조건을 얻지 못하면 글로벌 자동차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블룸버그TV에서 "현재 독일 자동차는 일본 자동차와 달리 25% 관세가 부과돼 불리한 위치에 있다.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라며 "한국이 관세 인하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과 1000억달러(137조원) 이상의 현지 투자 계획을 세워 미국 정부 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과 접촉해 가용한 현지 투자 금액을 취합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일본 투자 금액에 비해 적지만, 일본 경제 규모가 한국의 2배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평가한다. 앞서 현대차, 삼성, SK하이닉스, 대한항공 등은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